[책속에 이런일이?] 성석제, 최고급 '용정차'에 속은 사연
[책속에 이런일이?] 성석제, 최고급 '용정차'에 속은 사연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5.12.02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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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들꾸들 물고기 씨, 어딜 가시나> 성석제 글 / 한겨레출판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중국의 녹차 가운데 용정차를 으뜸으로 친다. 소설가 성석제는 이 용정차 때문에 황당한 일을 당했다. 작가가 산문집 <꾸들꾸들 물고기 씨, 어딜 가시나>(한겨레출판. 2015)을 통해 밝힌 사연이다.

책에 따르면 용정차는 청나라의 황제 건륭제가 좋아한 차다. 그는 용정의 차밭까지 와서 직접 찻잎을 따 차로 만들어 마신 뒤 그중 18그루의 나무를 어차수御茶水(황제의 차나무)로 지정했다. 중국어로 18의 8八은 ‘돈을 번다’는 의미의 ‘파發’와 발음이 같아 중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다.

2007년 여름, 성 작가는 용정에서 차를 판매하는 한 농부의 집에 따라가게 됐다. 그곳에서 그는 ‘아주 청신하고 고급스러운 맛이’ 나는 용청차를 맛봤다. 차 값을 묻자 너무 비쌌다.

“반의반으로 값을 후려치자 농부의 아내가 새로운 차를 내왔다. 그보다 상급인 차로 가격이 두배쯤이라고. 확실히 맛의 차이가 났다. 그걸 또 절반으로 깍자 청명 전에 수확한 새 차 明前茶가 나왔다. 마비되어가던 혀가 다시 깨어날 정도로 강력한 맛이었다. 내가 또 깍아야 하나 어쩌나 망설이고 있는데 결정차를 날리듯 농부는 손때가 탄 공책을 내밀었다.” (p.190)

그곳을 다녀간 손님들이 쓴 방명록이었다. 그중 절반은 한글로 적혀 있었다. “용정차맛 따봉! 돈 많이 버세요! 서울 최고봉”, “정직한 농부의 맛있는 용정차, 진짜 최고예요! 부산 길대길.” 하는 식으로. 외국에서 만난 한글로 된 찬사 때문에 팔랑귀가 된 그는 용정차를 세 통이나 샀다. 농부가 부른 값의 3분의 1 정도 밖에 치르지 않아 의기양양했다. 그러나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성 작가의 말.

“집에 와서 하품부터 차를 개봉했다. 처음부터 그 맛이 아니었다. 두 번째, 세 번째도 이상했다. 심지어 먼지와 흙이 섞여 있었고 작은 나뭇가지가 들어 있기까지 했다.“ (p.190~p.191)

여행을 할 때 현지에서 귀한 약재나 기념품에 마음이 흔들리는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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