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를 통해 생각해보는 여성문제
동화를 통해 생각해보는 여성문제
  • 북데일리
  • 승인 2007.08.22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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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여성 문제는 우리 사회의 풀기 어려운 숙제 중 하나다. 여성의 사회 진출 증가와 여권 신장에도 불구하고 성차별은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기혼 여성의 사회활동은 가정과 사회에서 항상 충돌 위험을 지닌다. 이는 사회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구시대의 편협한 가치관이 여전히 뿌리 깊음을 보여준다.

이런 이유로, 어느 분야건 여성문제를 다루기란 쉽지 않다. 남성들의 곱지 않은 시각도 그렇지만 오랜 시간 축적된 문제를 제대로 풀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엄마의 마흔 번째 생일>(청년사. 2005)의 시도는 신선하다. 성인 문학에서도 다루기 어려운 여성 문제를 어린이 문학으로 끌어들여 설명하기 때문이다. 작가 최나미는 13살 여자 아이의 시선을 빌려 가정과 사회에 벌어지는 성차별과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어머니의 사회진출을 용인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등을 가벼운 터치로 풀어낸다.

작품의 줄거리는 이렇다.

남자 아이들과 축구를 즐겨하는 13살 여자 아이 ‘가영’. 그녀는 할머니와 부모님, 언니로 이루어진 평범한 가정의 둘째 딸이다.

항상 씩씩하기만 하던 그녀에게 어느 날 뜻하지 않은 시련이 닥쳐온다. 바로 엄마의 폭탄 선언 때문. 올해로 마흔 번째 생일을 맞이한 엄마는 더 이상 늦기 전에 자신이 하고 싶었던 그림을 그리기 위해 화실에 나가겠다고 말한다. 이에 아빠는 정색을 하며 반대한다. 시기가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아빠는 엄마가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를 두고 나가기보다는 할머니의 병 수발을 들기를 원한다. 그림은 나중에 해도 되지 않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엄마의 결심은 확고부동하다. 평일에는 고모들이 번갈아 와서 할머니를 보살펴 드리고 밤에 자신이 와서 봐드리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주말에는 아빠가 그 일을 맡을 것을 요청 한다.

이에 아빠는 며느리의 역할을 운운하며 절대 그럴 수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엄마는 자신의 뜻대로 화실을 나가고 집안 분위기는 결국 냉랭해 진다.

이런 와중에 가영이와 그의 언니 가희는 이 상황을 그저 지켜볼 뿐이다. 가영이는 끊임없이 고민하지만 선뜻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못한다. 가희는 어른들의 문제는 스스로 풀어야 한다고 말하며 자신의 문제에만 골몰한다.

결국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엄마는 전시회를 연다. 엄마는 꿈을 이룬 셈이다. 반면 모든 것이 엄마 탓이라고 생각하는 아빠는 엄마를 용서하지 못하고 둘은 별거 상태에 들어간다.

이렇게 소설은 부모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채 결말을 맞이한다. 해피엔딩을 기대했던 독자라면 의아해 할 만한 결론이다.

그렇지만 이런 미완의 종결이 마냥 아쉽지만은 않다. 이를 통해 작가의 주제의식을 선명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여성의 일방적인 희생만으로는 가정의 행복이 있을 수 없다는 것. 이것이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이는 마지막 부분에서 엄마를 원망하기는커녕 예전보다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는 가영의 태도 변화에서도 분명히 나타난다.

이렇게 작가는 어머니의 역할이 ‘가족에의 헌신’에만 묶여있지 않다고 말한다. 가정의 문제는 가족 공동의 책임이고, 어머니에게도 자아실현의 권리가 있음을 강조한다.

여성으로서의 삶과 정체성에 대해 막 고민하기 시작하는 여자 아이, 그런 딸을 둔 어머니라면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짧은 분량으로 경쾌하게 쓰여 졌지만 그 속에 담긴 여성의 자아와 성역할에 대한 고민은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 때문이다.

한편, 사춘기 아이들에 대한 생동감 넘치는 묘사를 만화가 ‘정용연’이 맡아 읽는 재미를 더했다.

[김대욱 기자 purmae33@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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