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머리 없는 60구 사지 발견...경제학적으로 풀면?
[책속의 지식] 머리 없는 60구 사지 발견...경제학적으로 풀면?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5.12.01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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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2> 박정호 글 / 한빛비즈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중국 은나라 후기 도성이 위치한 지역에서 끔찍한 유골이 발견됐다. 목이 잘려 머리만 있는 73개의 머리와 머리 없는 60구의 사지가 은왕의 무덤에서 함께 발굴된 것이다. 온전하게 머리와 사지를 갖춘 시체 두 구 외에도 무덤 내 동쪽에서는 68구의 시체가 더 있었다.

경제학자의 프레임으로 인문학을 탐독하는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2>(한빛비즈.2013)에 소개된 순장 관련부분이다. 책에 따르면 순장은 고대사회에서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 사망할 경우, 생전에 그를 모셨던 사람들을 함께 묻는 행위를 말한다. 거의 모든 대륙의 고대 문명에서 발생했는데, 여기에는 숨은 경제학적 원리가 숨어있다. 소위 위험방지전략이다.

고대사회는 왕권이 확립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당시의 국왕들은 주요 귀족 계층이나 지방 유력자 혹은 곁에서 자신을 보필하는 사람 중에 누군가 자신을 누르고 왕건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즉, 고대 국왕들은 항상 암살과 독살의 불안감을 느끼며 생활해야 했고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해 고안해낸 제도가 바로 순장이다.

왕이 살아야만 왕을 보필하는 주변인도 살 수 있다는 말이다. 설사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 왕을 암살하는 데 성공했다 하더라도 결국 왕과 함께 묻히는 처지가 된다면 암살가담 확률은 크게 떨어지게 된다. 우연한 경우라도 국왕이 죽게 된다면 신하들은 죽음을 면치 못한다. 그러므로 신하들은 국왕의 안위와 건강을 각별히 신경 쓰게 된다.

경제학원리에 입각하면 순장은 위험회피전략의 하나다. 오늘날에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를테면 자동차보험에서 자기부담금이나 CEO들에게 부여한 스톡옵션이 여기에 해당한다. 스톡옵션은 회사의 주식이 올라가면 주주들의 이익과 함께 CEO의 이익도 함께 높아지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CEO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할 가능성을 낮추는 방법이다.

여기에는 경제 행위를 유발하게 유도하는 유인구조라는 체계가 숨어 있다. 상대방의 이익이 곧 나의 이익이 되고, 나의 손해가 상대의 손해가 되는 일련의 인센티브 체계다. 고대 왕이 경제학의 논리를 꿰뚫어 제도화시켰다는 점이 놀랍다.

순장을 진행하며 함께 묻는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이는 이유도 유인구조를 공고히 다져 제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본보기였을 것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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