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승려들이 머리 자르는 이유..알고보면 숨은 상징
[책속의 지식] 승려들이 머리 자르는 이유..알고보면 숨은 상징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5.11.30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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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감출 수 없는 내면의 지도> 벵자맹 주아노 글 신혜연 옮김 / 21세기 북스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얼굴이 단순히 신체 일부가 아니라 인간의 정체성과 상징적 의미가 있다는 논박이 담긴<얼굴, 감출 수 없는 내면의 지도>(2014.21세기북스)의 내용은 흥미롭다. 이를테면 얼굴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머리는 강인한 수직성의 표시다. 여기에서 자라나는 머리카락은 우리가 가진 동물적인 부분, 즉 폭력성과 성욕을 상징한다.

책은 대표적으로 승려가 머리카락을 자르는 경우를 예로 든다. 승려들이 머리카락을 자르는 이유는 머리카락을 자름으로써 지극히 육체 지향적인 상징물을 추방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둥글게 빛나는 머리는 고매한 영성과 도덕적 청렴이라는 보다 순수한 이상적인 영역으로 들어가는 방법이라는 해석이다.

또 다른 예로는 성경 속 삼손과 델릴라의 이야기가 있다. 삼손은 머리카락이 잘리자 모든 힘을 잃고 말지 않았던가. 머리카락이 갖는 힘을 상실시키는 이야기는 한국사에서도 찾을 수 있다.

군사정권 시절에 청년들은 머리를 기를 수 없었다. 경찰들은 자를 들고 다니면서 학생들의 머리를 쟀고, 법으로 정한 길이를 넘으면 가위로 잘랐다. 권력으로 힘을 규제한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또 다른 측면은 여성의 긴 머리카락에 부여된 의미다. 바로 에로티시즘이다. 이슬람 국가들의 여성들이 머리를 가리고 다니는 이유다. 천주교의 수녀가 머리를 가리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때, 삭발당한 채 화난 군중으로부터 모욕과 창피를 당하는 로버트 카파(1913~1954)의 <샤르트르의 삭발여성>이라는 사진이 화제였다. 이 경우도 죄를 처벌하기 위해 관능적인 힘을 상징하는 머리카락을 잘랐다는 점은 동일하다. 이처럼 머리는 금기와 엄격한 규범으로 둘러싸인 상징적 의미가 있다.

책은 신체의 일부로만 여겨지는 얼굴의 요소들을 인문학과 철학부터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해석한다. 이런 부분들이 독자에게 어수선하고 난해한 느낌을 줄 수 있지만, 다양한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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