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이야기를 빛내는 `일러스트`의 힘
옛 이야기를 빛내는 `일러스트`의 힘
  • 북데일리
  • 승인 2007.08.17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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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유아에게 그림은 언어이다. 글을 모르는 아이들은 그림으로 내용을 이해한다. 놀라운 관찰력으로 어른이 발견 못하는 아주 작은 요소까지 찾아내곤 한다. 글자로 내용을 파악하지 않더라도 등장인물의 표정, 동작, 이야기 진행상황 등을 놀랍도록 따라잡는다. 그런 의미에서 동화책에서 그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특히, 명작동화의 경우 일러스트레이션은 책 선택의 중요한 몫을 한다. 대대로 내려오는 옛이야기는 내용이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감안할 때 <빨간암탉>(2007. 시공주니어)은 단연 수작으로 꼽을 만 하다. 칼레콧 아너상을 수상한 작가 폴 갈돈의 빛나는 신작이다. 폴 갈돈은 어릴 때 부다페스트 동물원을 자주 드나들며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러한 경험은 그의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어준다. 주인공 고양이, 개, 생쥐, 암탉들은 `어디서 본 듯한 동물은 싫다.`는 말이 연상되도록 개성이 넘친다.

한 눈에 등장인물의 성격이 보이는 일러스트레이션은 이야기에 생기를 준다. 척 봐도 게을러 보이는 고양이, 둔해 보이는 개, 얌체 같은 생쥐에서 폴 갈돈의 재능이 엿보인다. 우리의 주인공 빨간 암탉은 누가 봐도 바쁘고 부지런한 엄마의 모습을 닮았다.

한편,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소품들이 담겨있어 눈길을 끈다. 만화처럼 각 동물들이 자신의 간식거리를 상상하는 장면이나 글자와 그림의 경계를 두지 않고 표현한 페이지들이 그러하다.

"네가 네 손이 수고한대로 먹을 것이라. 네가 복되고 형통하리로다." (시편 128:2) 는 구절을 연상시키는 <빨간암탉>은 결말을 향해 상승 되어 가는 긴장구도가 돋보인다. 약자로 대표되는 암탉이 세 동물들에게 날리는 반전은 통쾌함과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빨간암탉>은 `네버랜드 세계 옛이야기`시리즈의 열 세 번째 책이다. 옛 이야기의 원형을 충실히 살리면서 풍성한 이야기를 갖는 이 시리즈에서 <빨간암탉>은 생동감 있는 캐릭터로 더욱 빛을 발한다. <빨간암탉>을 통해 폴 갈돈이 재치 있게 풀어낸 옛 이야기를 만나는 기쁨을 느껴보자.

[신주연 시민기자 snow_fore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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