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명작동화의 경우 일러스트레이션은 책 선택의 중요한 몫을 한다. 대대로 내려오는 옛이야기는 내용이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감안할 때 <빨간암탉>(2007. 시공주니어)은 단연 수작으로 꼽을 만 하다. 칼레콧 아너상을 수상한 작가 폴 갈돈의 빛나는 신작이다. 폴 갈돈은 어릴 때 부다페스트 동물원을 자주 드나들며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러한 경험은 그의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어준다. 주인공 고양이, 개, 생쥐, 암탉들은 `어디서 본 듯한 동물은 싫다.`는 말이 연상되도록 개성이 넘친다.
한 눈에 등장인물의 성격이 보이는 일러스트레이션은 이야기에 생기를 준다. 척 봐도 게을러 보이는 고양이, 둔해 보이는 개, 얌체 같은 생쥐에서 폴 갈돈의 재능이 엿보인다. 우리의 주인공 빨간 암탉은 누가 봐도 바쁘고 부지런한 엄마의 모습을 닮았다.
한편,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소품들이 담겨있어 눈길을 끈다. 만화처럼 각 동물들이 자신의 간식거리를 상상하는 장면이나 글자와 그림의 경계를 두지 않고 표현한 페이지들이 그러하다.
"네가 네 손이 수고한대로 먹을 것이라. 네가 복되고 형통하리로다." (시편 128:2) 는 구절을 연상시키는 <빨간암탉>은 결말을 향해 상승 되어 가는 긴장구도가 돋보인다. 약자로 대표되는 암탉이 세 동물들에게 날리는 반전은 통쾌함과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빨간암탉>은 `네버랜드 세계 옛이야기`시리즈의 열 세 번째 책이다. 옛 이야기의 원형을 충실히 살리면서 풍성한 이야기를 갖는 이 시리즈에서 <빨간암탉>은 생동감 있는 캐릭터로 더욱 빛을 발한다. <빨간암탉>을 통해 폴 갈돈이 재치 있게 풀어낸 옛 이야기를 만나는 기쁨을 느껴보자.
[신주연 시민기자 snow_fores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