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명문장] 빛보다 멀리 가는 사람의 목소리
[책속의 명문장] 빛보다 멀리 가는 사람의 목소리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5.11.27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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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위화 글 김태성 옮김 / 문학동네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더 멀리 전달될 수 있을까. 중국작가 위화는 그렇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이렇다.

“그들은 손에 아무 무기도 들고 있지 않았지만 신념만은 대단히 확호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피와 살이 움직이면 군대와 탱크도 막아낼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그들이 한데 뭉쳐 있으니 거센 열기가 솟아올랐다. 모든 사람이 활활 타오르는 횃불 같았다.

이는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그 전까지 나는 빛이 사람들의 목소리보다 더 멀리 전달된다고, 또 사람의 목소리는 사람의 몸보다 에너지를 더 멀리 전달한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스물아홉 살이던 그 밤에 나는 내가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민이 단결할 때 그들의 목소리는 빛보다 더 멀리 전달되고 그들 몸의 에너지가 그들의 목소리보다 더 멀리 전달되는 것이다. 마침내 나는 인민이라는 단어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p.39)

중국 소설가 위화가 열 가지 단어로 현대 중국을 보여주는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문학동네. 2013)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그는 첫 번째 글 ‘인민’에서 1989년 6월 4일 중국 전역을 뒤흔든 민주화 운동 ‘톈안문 사건’을 이야기 한다.

그 사건을 통해 “문화대혁명 이래로 누적되어온 정치적 열정이 마침내 깨끗이 발산”되었다. “그 뒤로는 부(富)에 대한 열정이 이러한 정치적 열정을 대신했고, 모든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돈을 버는 데 집착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1990년대의 경제적 번영이 찾아왔다.” 그는 당시 시위에 참가했던 사람들의 열정을 목격하면서 ‘인민’이라는 단어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다리 위는 물론 다리 아래까지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그곳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가슴 가득 격정을 품은 채 밤하늘 아래서 소리 높여 국가를 부르고 있었다. (중략)

20년이란 세월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하지만 역사의 기억은 결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는 굳게 믿고 있다. 나는 1989년의 톈안문 시위에 참가했던 모든 사람들이 오늘 어떤 입장에 서 있건 간에, 어느 날 갑자기 지난 일들을 회고하게 될 때 자신의 가슴과 뼈에 깊이 새겨진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내 가슴과 뼈에도 깊이 새겨진 바로 그 느낌이 나로 하여금 ‘인민’이라는 단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p.36)

많은 사람들이 전직 대통령의 영결식을 보면서 다양한 것들을 느꼈을 것이다. 시대는 변했지만 다양한 형태로 계속되고 있는 국민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멀리까지 전달되고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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