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는 인간 호모아키비스트 아세요?
기록하는 인간 호모아키비스트 아세요?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5.11.26 15: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록이 상처를 위로한다> 안정희 글 / 이야기나무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아키비스트(archivist)는 한국에서는 아직 낯선 직업이다. 일종의 기록전문가로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때는 1999년이다. 지금은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과정이 있고 실제 많은 사람들이 대학이나 공공기관, 시민단체를 비롯해 기업 등에서 활동한다.

<기록이 상처를 위로한다>(이야기나무.2015)는 일상의 기록과 콘텐츠를 생산하는 개인이 민간 아키비스트의 역할을 해야 할 시대임을 강조하는 책이다.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은 이들만 아키비스트가 아니라 끊임없이 기록하려는 인간, 즉 누구나 아키비스트라 말하며 스토리텔링의 시대 우리를 호모아키비스트라 정의한다.

책이 주목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보통 사람들이 기록한 ‘기록물의 공공성’이다. 특히 오롯이 사적인 글쓰기는 불가능하다는 전제 아래 온전한 내 생각도 다른 사람과 사회, 역사로부터 영양을 받아 생성된 ‘공유된 기억과 경험’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이런 성질이 개인의 기록이라 할지라도 공공성을 띠는 이유다.

저자는 같은 맥락에서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건을 이야기한다. 안타까운 죽음이 분명하지만, 희생자 위령비만 남고 쓸쓸히 잊힌 이유는 사람들 사이에서 공유 기억이 얕기 때문이라고. 사건과 관련한 공공성을 띤 기록이 거의 없다는 말이다. 이에 대한 우려는 세월호 사건으로 이어진다.

책은 세월호 침몰 후 한동안 한국 사회는 모두 한마음으로 울었지만, 서너 달 후 사회는 극심하게 분열됐던 기억을 떠올린다. 각계각층의 노력이 절실한 시기 이해관계와 정치적 입장에 따라 엇갈리는 증언과 보도가 난무했다. 어떤 기사를 접하느냐에 따라 반응이 달랐고 핵심에서 벗어난 가십거리를 제공하는 보도에 시민들은 쉽게 휘둘렸다.

책에 따르면 이때, 즉각 현장으로 달려가 그곳에서 있었던 내용을 수집하고 기록하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단체와 개인으로 구성된 아키비스트들이다. 이들은 이후 안산시에 ‘1호 세월호 기억저장소’를 만들었다. 한국 정부 기록물이 보관된 ‘국가기록원’이나 민주화운동의 역사가 담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료관’과 다름없는 기억저장소다.

특히, 같은 사건에 대한 기록이어도 누가 어떤 목적으로 수집하느냐에 따라 활용도가 달라짐을 지적했다. 넘쳐나는 기사와 의혹 사이에서 개개인의 기록이 필요한 이유가 아닐까.

우리는 이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1995)나 대구 지하철 화재사고(2003) 이후로도 제대로 된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우리의 미온한 대처와 다르게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을 개인 비극으로 몰지 않고 사회적 기억으로 전환한 경우도 있다. 바로 뉴욕 9.11 추모박물관이다. 사라져야 할 기록도 있지만 이처럼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기억도 있는 법이다.

책은 개개인의 기록물이 공공성을 띠고 기록될 때, 사회적으로 중요한 공유의 틀을 만들어 사람들이 더 나은 미래와 인류의 삶을 꿈꾸도록 돕는다고 믿는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