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명문장] 로맹 가리 "나는 내 어머니의 해피엔드"
[책속의 명문장] 로맹 가리 "나는 내 어머니의 해피엔드"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5.11.26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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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약속> 로맹 가리 글 심민화 옮김 / 문학과지성사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사생아로 태어난 로맹 가리는 어머니의 유일한 꿈이자 ‘해피엔드’였다. 아들에 대해 다소 허황돼 보이는 어머니의 맹목적인 믿음과 사랑은 결국 그를 위대한 인물로 만들었다. 세계문학사에 길이 남을 소설가가 됐고,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고, 프랑스 외교관이 되었다. 그의 이야기는 가슴 뭉클한 한 편의 ‘인간 승리’다. 그에 관한 이야기 한 토막을 보자.

“깡패 녀석, 떠돌이 광대에다 협잡꾼의 자식이니 하나도 놀랍지 않지.”

이렇게 하여 나는 갑자기 나의 남다른 근본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아무렇지도 않았다. (중략) 왜냐하면 나는 내가 그 이외에 다른 어떤 사명도 갖고 있지 않음을, 내가 어떤 점에선 대리인으로서만 존재한다는 것을, 인간의 운명을 주재하는, 알 수 없지만 공정한 힘이, 희생과 헌신의 삶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천칭의 이 편 접시 위에 나를 던졌다는 것을 항상 알고 있었으므로.

나는 인생의 가장 어둡고 구석진 곳에 숨겨진 은밀하고 희망적인 논리를 믿고 있었다. 나는 세상을 신용하고 있었다. 나는 어머니의 부서진 얼굴을 볼 때마다 내 운명에 대한 놀라운 신뢰가 내 가슴속에 자라남을 느꼈다. 전쟁 중 가장 어려운 시기에도 나는 항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느낌을 가지고 위험과 대면하였다. 어떤 일도 내게 일어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내 어머니의 해피엔드이므로.

인간이 절망적으로 세계에 부과하려 하는 천칭의 균형 이론을 통해 나는 항상 자신을 어머니의 승리로 보았다." (p.46)

로맹 가리의의 자전적 소설 <새벽의 약속>(문학과지성사. 2015)에 나오는 이야기다. 책에는 그의 어머니가 아들 로맹 가리에 대해 얼마나 헌신적이고 긍정적이었는지 보여주는 일화들이 많다. 가난과 주변 사람들의 무시를 홀로 감수하면서도 아들에 대한 믿음과 성공을 의심하지 않고 헌신했던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 로맹 가리. 두 모자의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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