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까지 1만권의 책을 읽은 사마천
20세까지 1만권의 책을 읽은 사마천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5.11.26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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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과 사기> 양치엔쿤 글 장세후 옮김 / 연암서가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사마천은 위대한 역사학자이자 문학가이며 사상가이다. 그는 부형이라는 치욕을 감수하며 서한의 최전성기에 <사기>라는 위대한 저작을 완성시켰다.

사마천의 일생을 상세히 다루고 있는 <사마천과 사기>(연암서가. 2015)는 사마천의 어린 시절부터 <사기>의 저술과 그의 죽음까지 방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와 함께 <사기>를 읽는데 이해를 돕는 설명이 뒤따른다.

사마천의 가계(家系)는 역사적으로 유서가 깊다. 사마천에게 가장 크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사람은 조부 사마희와 부친 사마담이다. 사마희는 4천 석의 곡식으로 최고의 관작인 오대부를 살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부유했다. 사마담은 한무제 때 사관史官, 즉 태사령을 지냈다. 태사령은 하대부의 반열에 속하여 연봉이 6백 석이다. 사마담은 이 관직을 매우 아꼈다.

“사마담은 ‘대대로 주나라의 역사를 맡은’ 가문의 학식에 대한 내력에 자부심을 갖는다. 아울러 숭고한 역사 서술의 이상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죽으면서 역사 논저의 중요한 책임을 아들인 사마천에게 부탁했다.” (p.28~p.29)

사마천은 하양(夏陽)에서 출생했다. 그 스스로는 출생지를 용문(龍門)이라 했다. 용문은 고대의 명산으로 하양의 경계에 있다. ‘신령한 용만이 뛰어넘을 수 있으므로 용문’이라고 전해진다. 사마천의 총명함은 훌륭한 가정환경 속에서 더욱 발휘된다. 훌륭한 유년기 교육을 받아들이면서 집안에서 집중적으로 익힌 덕분에 10세에 고문을 줄줄 욀 정도가 되었다. 후에 태사령이 된 부친을 따라 장안에서 살게 되면서 배움의 영역이 넓어졌다. 문학과 경학의 대사들과 접촉하면서 좋은 독서와 학습의 기회가 더 많이 생겼다. 나중 몇 년간은 동중서와 공안국이라는 두 큰 스승의 문하에서 <춘추>와 유가의 학문을 배우기도 했다.

큰 뜻을 품은 사마천은 20세까지 만권의 책을 읽었다. 또한 부친의 배려로 몇 년에 걸친 여행길에 올랐다. 이는 나중에 <사기>를 짓는 데 가장 귀중한 준비과정이 된다. 사마천은 매사에 ‘송곳 끝이 튀어나오듯 뛰어난 면’을 드러냈다.

“한무제는 이미 그를 ‘분별력과 식견이 빼어나고 문사가 넘치는’ 저명한 인물의 하나로 인식한 것이다. 무제는 하늘과 산천에 제사를 지내는 봉선 때나 변방의 행차에나 늘 그를 따르게 했다. 이처럼 늘 황제의 주변에 있다 보니 식견이 더욱 넓어졌다. 태사령직을 맡게 되자 본업 외에도 동료인 호수(壺遂) 등과 역법을 수정하여 유명한 태초력(太初曆)의 제정에도 가담하게 되었다. 사마천은 풍부한 학식과 강렬한 사명감으로 우뚝 일어서 거인의 기준에 닿기까지 매진했다.” (p.39)

그는 전심전력으로 일에 매진했고 무제에게 잘 보이려 했다. 헌데 뜻밖의 일이 터졌다. 흉노와의 전쟁에서 패한 ‘이릉’에 대한 동정심이 두둔으로 보여 한무제의 분노를 건드렸던 것. 그 일로 그는 48세의 나이에 부형이라는 참사를 당하게 되었다. 그에게 치명적인 타격이었다. 하지만 그는 살아서 부자가 2대에 걸쳐 심혈을 기울인 <사기>를 완성하기로 결심했다. 그를 위해 그는 남성성까지 포기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으로 인하여 <사기>는 더욱 처절하고 생동감 있게 서술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불행한 사태였으나 궁형이 가져다준 발분(發憤)이 아니었으면 지금처럼 획기적인 역사 서술이 이루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전의 역사가 귀족 중심의 서술이었던 것에 비해 앞에서 언급한 대로 <사기>에 평민이 등장을 하게 된 것 또한 여기서 기인할 것이다. 이런 민중을 중심으로 한 사관 덕분에 <사기>는 후세에 더욱 각광을 받게 되었던 것이다." (p.9)

책은 사마천의 개인사는 물론 <사기>의 체제와 언어 예술, 저술 태도 및 방향, 그리고 후대에 미친 영향까지 다양하게 분석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베일에 가려 있던 그의 죽음에 대한 내용은 기존의 사마천 연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 책은 전체적으로 문장이 깔끔하고 단문체여서 술술 넘어간다. <사기>를 읽기 전에 먼저 읽으면 더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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