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떠났지만 작품은 남았다.
6월 출간된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보리. 2007)는 권정생의 목소리를 생생히 느낄 수 있는 책. 작가는 9살 `곰이`와 인민군 `오푼돌이 아저씨`의 입을 빌어 전쟁과 평화, 분단과 통일에 대한 생각을 전하고 있다.
"왜 그랬어요? 왜 서로를 죽였어요?" 오푼돌이 아저씨는 대답 대신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저씨는 씨근대던 숨을 가라앉히고 거친 소나무 둥치에 얼굴을 기대었습니다. 울고 있었습니다. "인민을 위해 싸운 건데, 죽은 건 모두가 가엾은 인민들뿐이었어." "......" "마찬가지로 나라를 위해 싸운 국군도 제 나라만 쑥밭으로 만들었고..."
책은 전쟁의 본질을 꾸밈없고 깨끗한 말로 적확하게 짚어낸다. 즉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의 가장 큰 미덕은 우리 역사의 슬픈 진실을 날카롭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다는 데 있다.
이에 대해 작가는 "의미 없는 전쟁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을 아무도 위로하지 않을 때, 그 희생자들을 따뜻하게 덮어 주었던 `흰 눈`을 생각하면서 이 글을 썼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화 기법으로 묘사한 장중한 그림은 화가 이담의 작품. 동화책 삽화치고는 다소 분위기가 어둡지만, 글이 지닌 무게감을 표현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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