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병산서원 만대루는 촌부, 무량사 극락전은 귀부인
[책속의 지식] 병산서원 만대루는 촌부, 무량사 극락전은 귀부인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5.11.20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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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건축 서양 건축 함께 읽기> 임석재 글 / 컬처그라퍼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한국 전통 건축물은 목구조 방식이다. 화재나 전쟁에 유실이 큰 이유도 여기 있다. 최악의 단점이지만 이에 반해 목구조만 갖는 큰 장점도 있다. 한국 건축과 서양 건축을 폭넓게 비교하며 한국 건축을 읽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책 <우리 건축 서양 건축 함께 읽기>(컬처그라퍼.2011)에 자세한 설명이 담겼다.

“목구조는 수많은 부재끼리 서로 의존하는 절묘한 균형력을 기초로 세워지기 때문에 한번 잘 짜이면 돌덩이보다 더 단단한 구조적 안정성을 가진다. 이 위로 육중한 지묵이 묵직하게 눌러주면 완강한 결속력을 지니며 수천 년을 버틴다. 목구조는 화재나 전쟁 등 인재(人災)에 약한 단점이 있는 반면에 부재들 사이의 상호 균형력 덕분에 지진에는 가장 유리한 구조 방식이다.” -70쪽

특히 한국 전통 건축의 구조 미학의 정수는 단연 병산서원(屛山書院)의 만대루라 말한다. 책에 따르면 구조 미학이 성립되기 위해서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뼈대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군더더기 없이 최소성과 효율성을 갖춰야 한다. 바로 만대루가 두 요건을 충족한다고.

만대루는 우리가 알고 있듯 대들보 위에 기둥과 지붕이 얹힌 형태의 건축물이다. 마치 사람의 앙상한 갈비뼈를 연상하게 한다. 책은 이런 노출의 골조미를 사람의 외관적 미에 빗댔다.

이를테면 우리가 통상적으로 아름다운 사람을 평가할 때 적당한 볼륨감과 뛰어난 화장술을 기준으로 삼아 육체미를 즐긴다면, 책은 이에 앞서 근육질을 잘 붙어 있게 하는 내면의 건강한 골조미도 함께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만대루는 자연스럽고 진솔한 아름다움을 대안적 교훈으로 제시한다.

전통 건축물이 만대루처럼 소박하기만 한 건 아니다. 책에 따르면 무량사 극락전의 화려한 다포식 구조는 대조를 이룬다. 다포식 구조란 기둥을 받치기 위해 작은 목조부재를 기둥과 기둥 사이에 더 들어가는 건축방식을 말하는데 간결한 만대루와 비교해 볼 때 극도로 화려하고 볼륨감이 있다. 두 건물을 두고 재미난 비교를 한 대목이다.

“두 건물을 놓고 장식을 통한 기품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무량사 극락전은 기름진 음식을 매일 먹으며 보석으로 꾸민 귀부인, 만대루는 산나물을 캐먹으며 무명옷을 입은 촌부(村婦)로 비유할 수 있겠다. 반면에 노출 골조미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무량사 극락전은 비만에 걸린 육신이나 웨딩드레스로 한껏 치장한 결혼식장의 신부, 만대루는 절제된 생활을 통해 생명이 유지되는 데 꼭 필요한 만큼의 육신으로 살아가는 금욕주의자로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78쪽

화려함과 절제미라는 상반되는 건축적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차진 비유다. 책은 이처럼 한국 전통 건축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야를 가질 수 있도록 안내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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