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 이런일이?] 어릴 때 동물뼈랑 노는 아이슬란드 아이들
[책속에 이런일이?] 어릴 때 동물뼈랑 노는 아이슬란드 아이들
  • 이수진 기자
  • 승인 2015.11.10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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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여행자> 최명애 글/작가정신

[화이트페이퍼=이수진 기자] 아이슬란드의 스코가르 민속박물관에 있는 전통 생활사 전시실을 가본 이들은 깜짝 놀란다. 모두 뼈만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동물의 뼈를 생활용품으로 쓴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아이 몸통만한 고래 척추뼈는 한 칸을 떼어내 도끼 받침으로 썼고, 속을 파내 그릇으로도 썼다. 양 뼈는 갈아서 신발에 달아 스케이트로 썼고, 말 방광은 바람을 불어넣어 습도계나 축구공 대신으로 썼다. 

그 이유는 아이슬란드 땅은 절반은 툰드라(얼어붙은 평원), 절반은 화산지형이라 나무다운 나무가 없기 때문이다. 나무가 잘 자라지도 않는데다, 기껏 자라나봐야 화산이 한 번 폭발하면 그대로 묻혀버리기 일쑤다. ‘아이슬란드 숲에서 길을 잃었을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물으면 ‘네, 일어서면 됩니다’라는 리얼리티가 번뜩이는 농담도 있다. 그러니 바다에서 밀려 온 고래 같은 생선과 한여름 겨우 돋는 귀한 풀을 먹인 말과 양은 가시 하나 뼈 하나 버릴 것 없는 존재였을 것이다.

뼈로 만든 생활용품 중에서 가장 애틋한 것은 아이들 장난감이었다. 토마스 기차나 건담 로봇 대신에 아이슬란드 아이들은 말 뼈에 말린 건초를 조금 붙여 놓은 말 인형을 갖고 놀았다. 레고 세트에 필적할 만한 ‘농장 세트’도 있었다. 말 뼈는 말, 양 뼈는 양, 개 뼈는 개. 이렇게 뼈들을 죽 세워놓고 농장놀이를 했다는 것이다. 농장 세트를 갖추려면 엄청난 수의 말과 양, 개가 필요했기 때문에 부잣집 아이들이나 농장 세트를 갖고 놀 수 있었다고 한다. 호두까기 인형으로 병정놀이를 하던 유럽의 아이들은 아이슬란드의 친척을 찾아왔다가 뼈 장난감을 보고 울음을 터트리지 않았을까. -97쪽

<북극여행자>(최명애 글·사진.작가정신.2012)는 북위 66.5도에서 시작된 십 년간의 북극여행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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