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저금하세요"...‘독서통장’ 만든 ‘도서관 달인’
"책을 저금하세요"...‘독서통장’ 만든 ‘도서관 달인’
  • 북데일리
  • 승인 2007.07.1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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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안양시립석수도서관 정문택 관장

[북데일리]도서 대출이력이 찍히는 ‘독서통장’이 만들어져 화제다. 책을 대출한 날짜, 반납일은 물론 도서명, 저자명까지 기록되는 신기한 통장이다. 안양시립석수도서관이 최근 개발한 이 통장은 이용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통장정리기를 통해 독서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가족단위 이용객들을 위한 ‘가족통장’까지 발급했다.

독서통장을 만든 주인공은 안양시립석수도서관 정문택(52) 관장. 정 관장이 독서통장을 만들게 된 데는 ‘편독’ 개선의지가 큰 역할을 했다. 편독이란 좋아하는 분야의 책만 읽으려는 성향. 이용자들이 독서통장을 활용하면 직접 자신의 독서성향을 파악할 수 있어 보다 폭넓은 독서를 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바탕이 됐다.

정 관장이 개발한 것은 독서통장 뿐만이 아니다. 다른 도서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도서요약서비스를 포함해 실제 밤하늘과 같은 모습을 축소해 보여주는 미니 천체관, 디지털 수족관 등을 갖춘 최첨단 멀티미디어 체험실을 만들어 화제를 모았다. 안양시립석수도서관을 2005년, 2006년 연속 ‘경기도 공공도서관 경영평가’에서 최우수상을 수상케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직접 만난 정 관장은 그만의 도서관 경영 노하우와 새로운 아이템을 열정적으로 쏟아냈다. “더 이상 도서관이 책만 읽는 공간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정 관장의 경영 원칙. 그는 “책과 관련된 다양한 모임, 활동을 유도해 보다 적극적인 독서운동의 근거지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 관장의 의지는 각종 문화교실, 독서퀴즈, 실버교육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구체화 되고 있다. 또한, 국내외 아동문학상 수상작 목록 리플렛, 온, 오프라인 로 동시에 제공하는 도서 요약 서비스는 웬만한 서점 못지않은 수준이다. 기다리는 도서관이 아닌 찾아가는 도서관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안양시립석수도서관의 성과는 세계인으로부터도 주목 받았다. 2006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72차 세계도서관정보대회을 찾은 미국, 캐나다, 호주 등 15개국 40여명의 도서관인들이 안양시립석수도서관을 방문해 정 관장의 경영 노하우를 배워갔다.

정 관장은 안양시에만 무려 6개의 도서관을 만들어 온 ‘도서관의 달인’ 이다. 2011년까지 안양시에 총 10개의 도서관을 만들 목표로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는 “시민의 세금은 다른 곳이 아닌 책 읽는 사회 조성에 쓰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 권의 책은 일생을 좌우합니다. 이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도서관이죠. 시민 누구나 도보로 10분 거리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꿈입니다”

83년 공직에 몸을 담은이래. 20년 이상 도서관 만들기 외길 인생을 걸어 온 정 관장에게 도서관은 삶의 가장 큰 목표이자 행복이다.

이어 정 관장은 “도서관 운영은 반드시 도서관 전문가가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책과 도서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가 도서관을 운영하게 될 경우 이론만 앞세운 탁상공론에 그칠 수 있다는 것.

정 관장이 사서, 도서관 관계자, 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강의와 교육을 펼치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정 관장은 다년간의 실무경험을 전파하기 위해 직접 교육안과 책자를 만들어 왔다. 또한 ‘도서관발전연구회’를 조직하기도 했다.

정 관장의 질주는 멈출 줄 모른다. 안양시 범계동에 만들어질 ‘안양어린이도서관’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개관 일자가 다가오는 요즘 그는 잠자는 시간을 쪼개가며 도서관 만들기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책을 읽는 것은 미래를 심는 것이니 도서관은 미래를 만들어 주는 곳입니다. 더 많은 도서관이 만들어져 누구나 책을 친숙하게 접하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도서관 심기에 여념 없는 정 관장. 그가 만드는 독서의 터가 안양시를 넘어 대한민국의 희망이 되고 있다.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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