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달인 "삶은 축제, 요리는 한편의 시"
맛의 달인 "삶은 축제, 요리는 한편의 시"
  • 북데일리
  • 승인 2005.09.22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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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부산에서는 제9회 기장멸치축제와 함께 국제멸치창작요리전시 및 시식회가 열렸다. 축제 기간 중 멸치를 이용한 기상천외한 창작 요리들이 선보였으며 영산대 조리학부 학생들로 구성된 난타공연팀 `사운드 오브 에스코피에`가 공연을 펼쳐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올해 초에 열린 대구음식박람회에서는 요리전문가들의 모임인 `대구 에스코피에`가 참여해 호텔 풀코스 요리를 선보였다. 얼마 전 열린 서울 세계음식박람회에서는 `에스코피에 요리연구회`가 참여해 독특한 요리 비법을 소개했다.

요리축제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에스코피에`는 프랑스 출신의 요리 거장 `조르쥬 오귀스트 에스코피에`(George Auguste Escoffier,1846~1935)`에 대한 요리사들의 `헌정사`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이지만 요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를 모르면 간첩으로 통할 만큼 유명한 인물이다.

"위대한 요리는 단순한 요리다"라는 명언을 남겼던 그의 요리 인생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졌다. `요리의 거장 에스코피에`(2005 다우)는 맛으로 세상을 평정했던 그의 90년 삶을 빠짐없이 소개하고 있다.

13세부터 요리를 배우기 시작해 유명 호텔의 주방장으로 이름을 날리면서 요리를 먹거리가 아닌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그는 러시아식 테이블 서비스를 도입해 오늘날 레스토랑 서비스가 확립되는데 이바지했다. 주방의 동선을 단순화시켜 요리사들의 움직임이 보다 원활하고 신속하도록 유도했다. 지금의 현대적인 주방 시스템은 모두 그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다.

1870년 프랑스와 프로이센의 전쟁 당시 군인의 식량이 합리적으로 유통되도록 하기 위해 관계당국에 정부 산하의 쇠고기 스튜 통조림과 농축 수프 통조림의 생산공장 설치를 요청했으며, 자신이 직접 농축 토마토 통조림 저장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요리의 길잡이`, `메뉴책`, `나의 요리법`, `요리비망록` 등과 같은 저서를 남겨 후대 요리사들에게 에스코피에식 요리법을 전수했다.

그는 요리법을 개발하기 위해 꿩고기로 40가지의 요리를 시도했는가 하면, 쇠고기 등심만으로 86가지의 요리방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세계 어디를 가든 고급 레스토랑의 메뉴는 프랑스어로 쓰여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자국의 언어에 대한 애착도 여실히 드러냈다.

에스코피에는 요리와 관련된 많은 명언을 남겼다.

"삶은 축제이며 요리는 한편의 시다"

"내 사명은 내가 만든 음식을 맛보는 사람의 정신 속에서 은은한 연가를 부르는 것이다"

"나의 고객은 수집가, 호기심장이, 아마추어로 나뉘며 나는 그들에 맞게 요리를 준비한다"

"요리는 연극과 일맥상통한다. 요리라는 연극은 전체 5막으로 구성된다. 오르되브르(전식), 앙트레(본식), 로스트(구운 고기), 앙트로메(가볍고 단 음식), 디저트(후식)가 그것이다. 요리법은 극작가에, 요리사는 연출가에, 요리와 와인은 배우에, 레스토랑은 무대 장식에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나의 요리에 대한 고객들의 평가는 움직일 수 없는 하나의 진리가 된다"

"요리의 맛과 향은 개별화시켜야 하며 차가운 음식과 뜨거운 음식은 서로 어울린다는 것을 숙지해야 한다. 요리의 마무리 단계에서는 요리사 자신만의 독특한 비법을 사용해야 한다" (본문 중)

그의 주된 고객은 에드워드 7세, 빌헬름 2세,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에서 만난 마크-마옹 제독를 비롯 사라 베르나르, 넬리 멜바 등 유명 오페라 가수들이다. 또 클로드 모네와 에밀 졸라, 프루스트, 베르디 등 위대한 예술가들과 빅토리아 여왕 치하의 영국 귀족들이 그의 VIP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에스코피에는 신선한 아채와 과일을 즐겨 사용했으며 수많은 샐러드를 개발했다. 특히 여성 고객들을 위해 가볍고 부드러우면서도 섬세한 데코레이션을 가미한 요리들을 대다수 선보였다. 그가 요리를 개발한 후 직접 지은 요리명들은 기상천외함 그 자체로 평가받고 있다.

더비 닭요리, 오로라 속의 님프, 자네트 닭가슴살 요리, 블라우스를 입은 새끼오리, 신선한 파인애플 즙으로 만든 꿩가슴살 요리, 꽃파는 이자벨의 굴을 곁들인 닭요리 등이 이에 해당된다.

오스트리아 출신 오페라 가수 넬리 멜바에게 바친 `페슈 멜바`(피치 멜바)는 복숭아와 아이스크림를 이용한 요리로 지금도 세계의 유명한 요리사들이 자신의 디저트 목록에 넣고 싶어하는 레시피로 손꼽힌다.

유명 여배우의 삶을 담았다는 뜻에서 붙인 `사라 베르나르 딸기`도 빼놓을 수 없으며, 무솔리니 추종자들에게 헌정할 수밖에 없었던 `무솔리니 닭가슴살`도 잊을 수 없다.

라우라 에스키벨의 소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이 미각과 후각을 자극하는 감각적인 글이었다면 에스코피에의 이야기는 그의 생애에 요리를 함께 녹여냄으로써 지극히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책을 읽은 한 독자의 반응 또한 사실적이다.

"요리는 축복이며 주방은 성전이다. 일류 요리사들의 아버지인 오귀스트 에스코피에의 자취를 따라가다보니 지금까지 한 번도 호텔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었던 내가 지금이라도 당장 리트칼튼호텔에 가서 스테이크를 썰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조바심이 든다"

(사진 = 에스코피에 초상화, 출처 다음카페 젊은 조리사들의 모임) [북데일리 정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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