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당신의 손톱을 바라보고 커피를 마실 걸-용윤선 에세이
[삶의 향기] 당신의 손톱을 바라보고 커피를 마실 걸-용윤선 에세이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5.11.03 0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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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하는 행동들이 있다. 그 사람에게 말을 많이 한다던가, 재미있지도 않은 상대의 이야기에 함박웃음을 짓는다던가, 바라만 봐도 얼굴이 빨개지던가 말이다.

바리스타 용윤선이 쓴 에세이집 <울기 좋은 방> (달. 2014)에 이런 감정을 담은 글이 있다. 저자는 사람이 좋으면 그 사람 앞에서 커피를 마신다고 말한다. 단순히 커피만 마신다면 뭐 그리 색다르겠는가. 그 다음 내용을 한 번 읽어보자.

사랑했던 사람들은 다시 만나고 서로를 기억한다. 그 사랑이 충분치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사랑해야 한다. 그러니 지금 사랑하면 된다. (중략)

“나는 사람이 좋으면 그 사람 앞에서 커피를 마셔요.”

사람은 생각나지 않는데 사람의 말이 생각날 때가 있다. 혼자서 커피를 다 마신다. 빈 커피잔을 우두커니 바라본다. 몇 번쯤 커피를 함께 마셨는가. 그때는 몰랐었지.

당신의 눈을 좀 바라보고 마실걸 그랬다. 당신의 커다란 손톱을 바라보고 마실걸 그랬다. 당신의 머리카락 색깔을 한 번이라도 유심히 바라보고 마실걸 그랬다. 당신을 앞에 두고 나는 창밖만 바라보았구나. (p.93)

아마, 독자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누군가의 눈을, 손톱을, 머리카락 색깔을 생각하며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싶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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