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도시 '미궁'을 아시나요? 장소의 재발견
숨어있는 도시 '미궁'을 아시나요? 장소의 재발견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5.11.03 0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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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그곳은 그 어떤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았다. 결코 존재하지 않았던 실제의 장소였다." (p.10, 허먼 멜빌 <모비 딕Moby Dick> 중에서)

신간 <장소의 재발견>(책읽는수요일. 2015)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여전히 미지의 세계이며, 아직 우리의 흥미를 끌 만한 장소들이 주변에 너무나도 많다고 말한다. 책은 몇몇 지도에서만 발견되거나, 어떤 지도에서도 발견되지 않은 장소, 즉 ‘지도 바깥에 있는(off the map)’ 곳을 찾아낸다. 그러한 장소들을 통해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정체성을 고민하게 한다.

예를 들어 ‘도시 탐험가들’은 파리의 지하 묘지와 채석장, 런던의 폐쇄된 지하철 역, 뉴욕과 베를린의 폐쇄된 공장과 대사관 등을 발견했다. 그런데 숨어있는 도시의 발견자들 가운데 몇몇은 자기들이 그 발견 장소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또는 그 발견 장소에 대한 접근은 오로지 동료 여행자들 중에서도 소수 엘리트에만 국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네소타 주의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 지하에 있는 비밀 세계의 경우가 그렇다. 이곳은 도시 탐험가들 사이에서 '미궁Labyrinth'이라고 불린다. '액션 스쿼드Action Squad'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탐험가 조직이 수많은 맨홀을 탐사한 끝에 그 출입구를 발견했다. 서로 연결된 일곱 개의 터널 구조물과 무수히 많은 인공 동굴, 그리고 이미 철거된 여러 건물의 지하실을 발견한 것.

"우리는 탐험을 방해하는 갖가지 장벽을 비켜가기 위해서, 버터 바르는 나이프를 비롯한 여러 원시적인 도구를 가지고, 많은 시간을 들여가면서 단단한 사암砂巖 사이에 터널을 팠다.”

미궁에 접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도시 탐험가들은 자신들이 ‘상실된 세계를 발견한 최초의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만끽하기 때문에 이런 활동을 한다. 이제 ’숨어 있는 장소들‘ 가운데 상당수는 전문가들 사이에 널리 알려졌고 그와 관련된 지식도 체계화 되었다. 소수만이 공유하던 활동이 수천 명이 즐기는 레저 활동으로 변모했다.

이와 함께 미궁 같은 장소들을 원래대로 보존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후회하기도 했다. 이들은 '하인리히 양조장 동굴‘ 처럼 중요한 장소 중 하나로 들어가는 입구에 자물쇠를 설치하기도 했다. (p.78~p.81)

이로 인해 법적 분쟁까지 야기되었다니, 독창적이었던 활동이 ’일등 차지하기‘와 만나 빚어진 부작용이라고 한다면 너무 과한 해석일까.

이외 책은 잃어버린 곳, 숨어있는 곳, 죽은 도시, 예외의 장소 등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곳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도시의 빌딩 숲 사이, 사라져버린 섬들, 도로와 도로 사이의 주인 없는 땅 등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곳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장소를 통해 단순한 흥미거리 뿐만이 아니라 생각거리도 던져주는 추천할 만한 책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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