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싹한 담배의 유혹` 40년골초 처절한 금연기
`오싹한 담배의 유혹` 40년골초 처절한 금연기
  • 북데일리
  • 승인 2005.09.2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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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40여년간 금연에 실패했다. 그 이유는 마지막 남은 한 개비만 피우고 끊으려고 하다가 지금까지 끊지 못했다. 만약 이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영원히 담배를 못끊는 운명에 놓일 것이다" (본문 중)

영국의 골초 작가 리처드 크레이즈(사진)는 40년 동안 담배와 함께 살아왔다. 8살 때 담배 피우는 흉내를 시작했고 13살 때 제대로 담배 맛을 알아버렸다. 잠이라는 무의식 상태에 빠져들기까지는 담배를 놓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식당에 가면 가급적 빨리 나오는 메뉴를 주문했다. 얼른 먹고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였다. 담배를 물고 있는 순간에도 다음 담배에 불을 붙일 준비를 했다. 때때로 담배 두 개비를 함께 피우기도 했다. 깨어 있는 모든 순간은 담배를 피우기 위해 존재했다.

지금 리처드는 담배를 끊었다. 40년 동안 피웠던 담배를 3달 동안 단 한 차례도 피우지 않았다.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다리가 5개 달린 기형 개구리를 보았다. 개구리가 기형이 된 원인은 기생충 때문이었다. 순간 리처드는 담배도 그 기생충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담배라는 기생 식물의 숙주로 살고 싶지 않았다.

`담배의 목소리`(2005. 아롬)는 리처드 자신의 일기로서 3개월간의 금연 과정이 기록돼 있다. 참을 수 없는 금단 현상과 심리적인 압박감 그리고 수시로 들려오는 담배의 유혹을 가감없이 묘사했다.

저자는 "금연을 하면 3일간은 고통스럽고 3주간은 비참하며 3개월이 되면 생각만 할 뿐 그냥 넘기게 된다는 진리를 몸소 실천했다"면서 자신의 일기를 당당히 펼쳐 보였다.

금연을 결심한 첫날부터 3일째까지, 참고 또 참으면서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그랬더니 담배의 유혹하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네 자신을 속여가면서 날짜 계산만 하지 말고 한 대만 피워봐. 담배는 안식처야. 얼마든지 휴식을 준다니까." 그래서 실컷 담배를 피웠다. 물론 꿈 속에서였다.

4일째 되던 날, 입 안에서 온갖 병균이 날뛰기 시작했다. 혀는 쓰리고 백태가 끼기 시작했다. 목구멍까지 아파왔다. 담배 대용품으로 브랜디를 선택했다.

5일째 금단 현상이 극에 달했다. 머리 속에는 온통 담배 생각뿐이었다. 지병이었던 관절염이 재발했고 손가락 관절까지 아팠다. 손발은 퉁퉁 부었다. 담배는 끊임없이 비아냥댔다.

"진정한 남자가 되려면 담배를 피워야지. 이게 무슨 고생이야? 나를 입에 무는 순간 감기도 안 걸릴 텐데"

일주일째 금연껌을 씹었다. 무진장 맛이 없었다. 차라리 담배를 피우고 싶었다. 정신 집중도 안 되고 담배 생각이 날 때마다 아내를 괴롭혔다. 담배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살인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2주일째 차를 타고 가다가 담배갑이 길 위에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못 본 척 지나쳤다. 그 때 유혹의 목소리가 그를 흔들어댔다. "어서 돌아가"

고개를 좌우로 휘저으며 생각했다. "나는 담배 한 개피와 싸우는 게 아니라 담배 회사 경영진과 담배 광고를 상대로 처절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거야."

15일째, 담배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컸다. "이봐, 수영하고 나서 피우던 담배 생각 안나? 나를 못 피워서 신경질 부리고 우울해지는 것보다는 훨씬 낫잖아. 담배는 고통을 빼앗고 기쁨을 안겨주는 신의 선물이야."

3주째, 몸에서 비누 냄새와 차가운 콜타르 냄새가 났다. 신경은 날카로워졌고 숙면을 취할 수 없었다. 앉아있기도 힘들었다. 예전에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담배를 피웠다. 지금 담배를 피우지 않는 다시 아이로 되돌아간 것만 같다. 예전의 내가 훨씬 좋았다.

4주째, 콧물에 피가 섞여 나왔다. 호흡은 가빠졌고 가슴은 잔뜩 조여들었다. 모든 음식에서 비린내가 났고 사소한 일에도 화가 났다. 여전히 아내를 괴롭혔다.

5주째, 꿈 속에서 지금까지 피웠던 모든 담배들이 날아다녔다. 평상시 손이 심심하지 않도록 뭔가 조그만 일이라도 찾아서 하려고 했다. 담배를 물고 다녔던 영화관이나 파티장은 일체 가지 않았다. 담배가 또 속삭였다. "공해나 사고 따위를 생각해봐, 담배는 새발의 피라구." 현재 전투를 치르고 있는 지금, 24시간 365일 위험을 인식해야 한다.

드디어 3달째,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되었고 잠들기 전 마시던 브랜디의 양도 줄였다. 기분이 상쾌했고 집중력도 좋아졌다. 군것질을 자주 했고 물도 많이 마셨다. 담배 한 개비를 손에 쥐었으나 불을 붙이고 싶은 욕구는 없었다. 관절염은 호전됐고 혀의 백태도 사라졌다. 머리를 긁적거리는 버릇이 생겼고 몸에 반점이 생겼지만 병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저자는 책의 서두와 말미에서 재차 강조한다.

"이 책은 금연을 권하거나 그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 결코 아니다. 단지 나 자신을 위한 책일 뿐이다. 나는 흡연과 싸운 것이 아니라 나 자신과 싸웠다. 담배의 목소리가 차츰 사라져가는 순간, 그건 바로 나 자신의 목소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은 책을 읽은 사람들이 담배를 끊었으면 좋겠고 금연하기로 마음먹었으면 한다는 데에 있다."

[북데일리 정문아 기자]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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