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방 씨의 활동영역은 광범위하다. 도서출판 솟대 대표, KBS 라디오 ‘내일은 푸른 하늘’ 방송작가, 경희대 강사...
특히 방 씨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발행인을 맡고 있는 국내 유일의 장애인 문학지 ‘솟대문학’이 대표적인 사례다. 잡지는 1991년 봄 호를 창간한 이래 지금까지 단 한 번의 결간 없이 발간되고 있다.
“솟대문학을 창간한 것은 장애문인들에게 글밭을 마련해주기 위해서였습니다. 매년 솟대문학을 통해 실력 있는 장애문인들이 배출되는데 대해 자부심도 갖고 있지요.”
방 씨에게 글을 생계유지의 수단이자 사회를 향한 목소리를 전하는 매개체인 셈이다.
글을 업으로 하는 사람 중에 책을 사랑하지 않는 이는 없을 터. 그녀 역시 일상생활에서 늘 책을 곁에 두고 있다.
“책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만날 수 있는 스승입니다. 학습 비용도 저렴하죠.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요즘 사람들은 책을 가까이 하지 않아요.”
방 씨는 “책을 읽지 않는 것은 스승이 없다는 뜻”이라며 “그 누구도 스승 없이 성장할 수는 없다”고 일갈했다.
책을 스승으로 여기는 방 씨. 그래서일까. 팍팍한 삶 속에서 지치고 힘든 순간, 어김없이 책은 따뜻한 위로와 조언을 건네주었다. 마치 스승처럼.
그녀가 독자에게 권한 <아득한 성자>(시학. 2007)도 그런 책들 중 하나다.
<아득한 성자>는 2007년 `정지용문학상` 수상자인 조오현 시인의 시집. 방 씨는 “우연히 보게 된 책인데 인생을 관조한 시들이 많아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추천이유를 전했다.
특히 ‘아지랑이’는 수록작 중 가장 가슴을 울린 시였다. 자신이 느낀 감흥을 독자와 나누기 위해, 그녀가 소개한 시 전문은 이렇다.
“나아갈 길이 없다. 물러설 길도 없다 / 둘러봐야 사방은 허공, 끝없는 낭떠러지 / 우습다 / 내 평생 헤매어 찾아온 곳이 절벽이라니 // 끝내 삶도 죽음도 내던져야 할 이 절벽에 / 마냥 어지러이 떠다니는 아지랑이들 / 우습다 / 내 평생 붙잡고 살아온 것이 아지랑이더란 말이냐”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