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전쟁이야기..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여자’들의 전쟁이야기..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5.10.19 18: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나는 이 책을 읽을 사람도 불쌍하고 읽지 않을 사람도 불쌍하고, 그냥 모두 다 불쌍해", "누군가 옆에서 우는 것 같아. 나는 여전히 전쟁터에 있어.“ (p.41)

우리는 아이들에게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라고, 풀 한포기도 함부로 꺽지 말고, 잠자리 날개도 뜯으면 안 된다고 가르친다. 하지만 지구 한편에서는 사람들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잔인하게 서로를 죽이는 전쟁을 벌인다.

제2차 세계대전에는 백만 명이 넘는 여성이 참전했지만 기억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전쟁을 겪은 여성들에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전쟁 후에는 삶이 어떻게 변했을까?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로 선정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에서 전쟁에 참전했던 200여 명의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녀는 소설가도, 시인도 아니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 장르를 만들었다. 일명 ‘목소리 소설(Novels of Voices)’이다. 수백 명을 인터뷰한 이야기를 논픽션 형식으로 썼다. 그녀의 글은 소설처럼 읽히는 ‘강렬한 매력이 있는 다큐멘터리 산문, 영혼이 느껴지는 산문’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전쟁을 겪은 남성의 이야기는 많았지만 여성의 입장에서 털어놓은 회고담은 거의 없었다. 이 책에서 여자들은 처음 사람을 죽였을 때의 공포와 절망감, 시체가 널브러진 들판을 걸어갈 때의 끔찍함과 처절함을 기억한다.

“처음에는 무서웠어. 정말 무섭고 싫고. 우리는 바닥에 엎드려 적진의 동태를 살폈어. 곧 독일 병사 하나가 참호에서 살짝 몸을 내미는 게 보이더라고. 나는 딸각하고 방아쇠를 당겼고, 그 병사는 쓰러졌어. 결국 나는 큰 소리로 울고 말았어. 연습하면서 표적을 맞힐 땐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거기선 정말 살아 있는 사람을 죽인 거니까.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을 내가 죽인 거야. 그 사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죽였어.” (p.74)

책에서는 전장에서 열아홉 살에 머리가 백발이 된 소녀, 전쟁이 끝나고도 붉은색은 볼 수가 없어 꽃집 앞을 지나지 못하는 여인, 전장에서 돌아온 딸을 몰라보고 손님 대접하는 엄마 등 가슴 아프고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책을 덮으면 이 지구상에서 자행되는 모든 전쟁은 도대체 누구를, 무엇을 위한 것인지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