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로 123일` 열혈 신혼부부 유럽여행기
`자동차로 123일` 열혈 신혼부부 유럽여행기
  • 북데일리
  • 승인 2005.09.2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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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일상의 탈출이자 새로운 도전 아닌가요. 그럼 왜 남들과 똑같이 기차를 타려고 하나요."

배낭여행 설명회서 들은 이 말은 너무 달콤하고 매력적이었다. 누구나 다가는 코스가 아닌 남과 다른 나만의 모험이라. 맞아, 그렇다면 자동차야!

조용진-조선민 부부의 `유럽 자동차 여행 123일`(크라운출판사)은 이렇게 시작됐다. 국경없는 유럽. 여행하면 대개 유레일을 떠올린다. 배낭 메고 기차와 버스를 이용하는 게 대부분. 조-조 부부는 이 관념을 깼다. 그리하여 마침내 프랑스 파리 드골공항에서 15개국을 거쳐 다시 에펠탑까지, 장장 123일간의 긴 여정에 `시동`을 걸었다.

조-조 부부의 행로를 따라가 보면 어디를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가느냐도 중요한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자동차이기에 가능한, 많은 볼거리와 사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단 첨단과 고전이 어우러진 유럽의 도시를 어디든 손쉽게 갈 수 있다. 여기에 구석구석 곳곳에 숨겨진 `보석`을 찾을 수 있고, 멋진 경치가 나오면 언제라도 차에서 내려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

캠핑장 뿐 아니라 농가민박, 호텔체인, 아파트형 숙소 등 다양한 잠자리를 통해 현지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것도 장점. 더 매력적인 것은 취사도구와 캠핑장비를 가지고 다니기에 경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여러 말 필요없이 조-조 부부의 여정을 따라가보자. 이태리 북부의 `꼬모 호수`를 끼고 도는 환상 드라이브를 마치고, 근처에서 숙박을 한 다음 날 표정은 이렇다.

"아침에 일어나 테라스 문을 활짝 연 순간, 벅찬 감동에 말문이 닫혔다. 아침 햇살, 단풍나무 안개가 뿌옇게 내린 호수의 풍경이라니... ."

여기에 이색적인 체험이 줄지어 선다.

지친 몸을 달랜 스페인 코르도바의 아름다운 캠핑장과 호텔급 수영장. 물 속에서 프렌치 키스를 해대는 커플이 마냥 부러웠던 야외온천. 200킬로의 쾌감 만점 질주를 즐겼던 독일 아우토반...물론 텐트 안에서 `몰래 사랑`을 나누는 경험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추억이다.

조-조 부부가 인상깊이 새긴 또다른 장면들.

`작은 산악 온천 마을인 로이커바트는 다시한번 찾아오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마을이다. 엄청나게 큰 산꼭대기의 호수는 특히 장관이다. 그 옆에는 하얀 부엉이와 코알라가 노니는 동물원의 진기한 풍경과 만날 수 있다. 그것은 마치 하늘위의 호수, 하늘 동물원 같았다."

물론 유럽의 볼거리 역시 넘쳐난다.

예컨대 스페인에선 끈팬티가 유행이고, 방이 총 2,800개인 마드리드 왕궁은 입을 쩍 벌어지게 한다. 푸른 지중해의 해변선 남자고 여자고 옷벗고 몸을 던지며, 스위스 한 마을의 혼탕은 기겁하게 한다. 불가리아 도로 변엔 죽은 동물 시체가 나뒹굴고. 특히 유럽을 가본 이는 다음 대목에서 감회에 젖을 것이다.

"프라하의 가을은 정말 이 세상, 그 어느 곳보다 아름다웠다. 노랗고 붉게 물든 나뭇잎들과 웅장한 프라하 성 그리고 어떤 단어로도 표현하지 못할 아름다운 카를교 주변 풍경... 지나가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모두 영화 속 주인공인 것 같았다."

먹거리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불가리아에서 너무 맛있게 먹은 5천원짜리 돼지갈비찜과 러브호텔서의 와인 한 잔, 그리고 지금도 입맛을 다시게 하는 터키 에미뇨뉴 선착장의 즉석 고등어 캐밥.

당시 조-조 부부의 신분은 결혼 1년이 안된 신혼. 책은 따라서 `신혼부부 일기`다. 첫 눈을 맞은 오스트리아 빈과 프랑스 에펠탑에서 두 사람의 키스를 엿보는 건 샘날 정도.

수십년 떨어져 살던 신혼의 첫 장기 여행이니 어찌 갈등과 다툼이 없었으랴. 책 속엔 조-조 부부가 크게 다투고 눈물을 쏙뺀 사연이 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 서로를 이해하고 새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아마 독자들, 특히 여성들이 읽고 매우 부러워할 대목은 다음이 아닐까 싶다. 조선민씨의 말이다.

"여행을 시작하면서 남편은 아침마다 `사랑해`라고 말하며 나를 깨웠다"

책에는 자동차를 리스하는 법부터 캠핑용품 준비까지 A부터 Z가 잘 나와 있다. 이를테면 버너는 한국과 유럽의 가스노즐이 달라 사용 못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하며, 다국적 전기플러그 준비는 필수다.

부부가 123일이란, 몹시 긴 여행을 다녀온 데 대한 의미를 조용진씨는 이렇게 전했다.

"여행 중에는 둘이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 좋았다. 같이 길을 찾아 헤매고 같이 힘을 모아 숙박비를 깎고, 좋은 것을 보면 서로 같이 즐거워하고. 서로의 고단함에 대해 걱정과 위로를 해주고, 자신의 짜증이 상대방의 눈물이 된다는 걸 느끼면서 더욱 사랑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았다."

조-조 부부는 파리를 출발해 15개국을 거쳐 다시 파리로 되돌아왔다. 여행을 떠난지 넉달만이었다. 그 날은 공교롭게도 한 해의 마지막날. 부부는 에펠탑에서 키스를 나누며, 여행의 성공을 자축했다.

저자인 두 사람은 소위 `범생이`였다. 잘나가는 대기업 직장인이었던 둘은 어느날 사표를 내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일종의 도박같은 여행. 그러나 해피엔딩이었다. 책을 읽은 독자들은 이 철없는 부부의 `철있는 일탈`을 부러워하지 않을까.

언젠가 가볼 유럽. 책에 나온 조-조 부부의 궤적을 따라 미리 여행코스를 머리 속에 그려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북데일리 제성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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