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이책] 소설가 이혜경 추천 꾹 `우리집에 불났어`
[오늘은이책] 소설가 이혜경 추천 꾹 `우리집에 불났어`
  • 북데일리
  • 승인 2007.06.0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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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책을 거의 안 읽고도 놀랄 만큼 지혜롭고 인간적인 분들을 만나면 ‘책이 무슨 소용인가’ 싶은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그렇게 비범하게 태어나지 못한 보통 사람들에겐, 책이 다른 사람의 생각과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죠.”

[북데일리] 소설가 이혜경은 본인 말을 빌면 비범하게 태어나지 못한 ‘보통 사람’이다. 그녀는 독서를 통해 지식과 지혜를 얻었고, 삶이 무엇인가에 대한 단서도 잡았다. 집필활동에 있어 밑바탕이 된 것도 역시 책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펴낸 책이 없었더라도, 제가 글을 쓸 수 있었을까요? 책을 읽는 것은 자칫 굳기 쉬운 제 머릿속에 입김을 불어넣는 일과 같아요. 독서 덕분에 제 상상력은 좀 더 유연하게 갈래를 벋을 수 있죠.”

글을 쓰다가 막힐 땐 어김없이 책을 펼쳐 든다. 그리고 마음에 와 닿는 구절, 유용한 정보가 있으면 일단 밑줄을 긋는다. 표시해둔 문장은 독서를 마친 후 컴퓨터에 입력해 문서파일로 보관해둔다. 두고두고 꺼내보기 위해서다.

“어떤 책은 읽는 것보다 밑줄 그은 부분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해요. (웃음)”

1982년 등단 이후 지금까지 한국일보 문학상, 이효석 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등 국내 유수의 문학상을 휩쓸다시피 한 작가 이혜경. 그녀가 글밭에서 거둔 풍성한 수확 뒤에는 이처럼 꾸준한 노력이 숨어있었다.

작가이기 이전에 ‘모범 독자’인 그녀가 다른 독자들에게 권하고픈 책은 무엇일까.

이혜경은 짧지 않은 시간을 고민한 끝에 <내 안에 접혀진 날개>(열린. 2000)와 <우리집에 불났어>(창비. 1998)를 조심스레 꼽았다. 좋은 책을 한 권‘만’ 고르는 것은 애서가에겐 퍽 어려운 일인 모양이다.

이 중 <내 안에 접혀진 날개>는 인간 이해 모형인 ‘애니어그램’의 입문서 격인 책. 읽다 보면 자신과 너무 달라서 그 심리를 파악하기 힘들던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게 이혜경의 설명이다.

“사람의 유형을 분류하는 것에 거부감을 갖고 있어요. 사람은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닌 듯 해서… 애니어그램 또한 사람을 아홉 유형으로 분류하지만, 존재를 타고난 그대로 긍정하는 데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어요. 읽고 나서는 사람이 자기 자신에게조차 속기 쉬운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됐죠. ”

또다른 추천도서인 <우리집에 불났어>는 미국에 망명한 아르헨티나 출신 소설가 아리엘 도르프만의 소설집이다. 수록된 단편 11편은 다양한 기법과 문체, 독특한 화자와 등장인물을 통해 저마다의 고유한 목소리로 삶을 노래하고 있다. 네루다와 마르케스를 잇는 새 세대 라틴아메리카 작가로 평가 받는 저자의 작품인 만큼, 빼어난 이야기 솜씨와 풍부한 레퍼토리가 돋보인다.

이처럼 분야도 내용도 전혀 다른 두 권의 공통점 한 가지. 이혜경의 책장에 꽂히는 ‘영광’을 얻은 책이라는 사실이다.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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