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의 `반지`를 낀 `신랄씨` 버나드 쇼
바그너의 `반지`를 낀 `신랄씨` 버나드 쇼
  • 북데일리
  • 승인 2005.09.1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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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줄 알았지"라는 묘비명을 한 괴짜 극작가가 있다. 건방지고 불손하며 항상 자기과시적이었던 그 극작가는 죽어가면서도 쾌활한 기지를 발휘하여 전세계적인 관심을 끌곤 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일랜드 출신의 유명한 극작가 버나드 쇼. 그의 촌철살인의 기지는 너무나 유명해서 수많은 어록을 남기고 있는데, 세계적인 발레리나 이사도라 던컨이 그에게 청혼할 때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결혼을 하면 나의 아름다운 외모와 당신의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아이가 태어나겠죠?"

당황스러운 버나드 쇼는 잠시 수긍을 하다 이렇게 응답했다.

"당신의 텅빈 머리와 나의 못생긴 외모를 가진 아이가 태어날 수도 있겠죠."

이런 `신랄씨` 버나드 쇼가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이너북, 2005)를 해설했다. 그는 생존시 가장 대중적인 음악평론가이기도 했다. 물론 정치, 경제, 사회학에 관한 비범한 연사이자 평론가이기도 했지만.

바그너의 대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버나드 쇼의 해설서는 다분히 이 공연을 염두에 둔 출간 의도가 엿보인다. `니벨룽의 반지`는 오는 24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국내 초연을 앞두고 있다. 국내 뿐 아니라 아시아 초연인 이 공연은 `21세기에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지휘자`(선데이타임즈)로 손꼽히는 거장 발레리 게르기예프(사진)가 지휘한다.

오페라 역사상 가장 긴 26년의 제작기간(1851~1874)을 거친 니벨룽의 반지 4부작은 `라인의 황금`(24일 토), `발퀴레`(25일 일), `지그프리트`(27일 화), `신들의 황혼`(29일 목)로 나흘간 총 17시간 55분 동안 무대에 올려진다.

놀라운 것은 7만~25만원의 비싼 가격과 긴 시간의 공연에도 불구 예매가 줄을 잇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하기야 유럽의 바그너 축제에서는 이 공연의 10년치가 예매된 상태다.

그렇다면 버나드 쇼는 `니벨룽의 반지`를 어떻게 해설했을까.

쇼는 우선 바그너의 극에 대한 열정을 특징으로 꼽았다. 바그너는 상연하기 좋은 극장구조를 위한 고민의 결과 연기와 연주의 맥을 끊지 않고 무대를 전환하려고 머리를 쥐어짰다. 그래서 막간에 `스팀커튼`을 두어 약 15분간 내려진 막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게 하는 지루함을 없애려고 안개로 무대를 숨긴 것이다.

그리고 쇼는 바그너를 탁월한 문학적 음악가로 보았다. 그는 모차르트나 베토벤처럼 드라마나 시의 주제없이 장식적인 음의 구성물을 만들지 못했다. 애초부터 배울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곡을 붙일 `대본`을 직접 썼으며 극적 재능도 일급이었다.

또 그의 음악을 도발로 보았다. 전설적인 인물들을 음악과 고찰하면서 시대를 풍자했고, 판타지를 뛰어넘어 그만의 유토피아를 꿈꾸었다. 쇼는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를 황당무계한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오히려 현대적인 드라마라고 단정했다.

쇼는 이렇게 말한다. "`니벨룽의 반지`는 19세기 후반 이전에는 결코 씌어질 수 없는 작품이다."

깡마른 체구, 무성한 턱수염, 멋진 지팡이가 그의 쾌활한 기지만큼 유명했던 `신랄씨`의 바그너에 대한 해설은 또한 등장 인물간의 갈등을 계층과 계급이라는 관점에서 풀어낸 것도 흥미를 더하는 대목이다.

‘니벨룽의 반지’에서 라인강 밑바닥에서 세 처녀가 지키고 있던 황금을 훔쳐서 만들었다는 반지는 저주로 인해 그것을 낀 사람들은 모두 비극으로 파멸로 이끈다. 그러나 유일하게도 사랑만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낸다. 어쩌면 그것이 진보적이고 혁명적인 이상주의자였던 신랄씨에게 반지를 끼게 한 비밀이 되었을까.

(사진 = 리처드 바그너(옆모습)와 버나드 쇼) [북데일리 박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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