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우리사회 '정의의 저울' 그 해결책은?
기울어진 우리사회 '정의의 저울' 그 해결책은?
  • 정지은 기자
  • 승인 2015.09.25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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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 요즘 TV는 온통 ‘먹방(먹는 방송)으로 가득 차 있다. 미디어는 현실을 반영한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엔 식도락이 가장 큰 이슈인가. 알고 보면 먹방 뒤에 숨은 의제는 매우 많다. 예컨대 청년 실업이 그것이다.

그러나 먹방을 보면서 기성세대가 ’3포세대의 절망‘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더우기 젊은 세대는 먹방에 분노하기보다 별 생각없이 받아들인다. 이럴 때 죽비처럼 현실을 일깨우는 글을 만나면 새삼 현실의 문제를 깨닫게 된다. 즉, 기울어진 생각이 평형 점을 향해 이동하는 것이다.

인문학자 김경집이 쓴 신작 <고장난 저울>(더숲. 2015)는 대한민국의 잃어버린 균형을 회복하기 위한 이슈를 다룬 책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는 수평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부분이 무수히 많다고 본다. 그 의제로 크게 경제와 교육을 꼽는다. ‘경제’ 부문에서는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수직 명령체계로 인한 성장동력의 상실에 대해 다루고 있다.

‘교육’의 장에서는 여전히 존재하는 소수를 위한 교육현실과 그것이 낳을 미래의 또 다른 불균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소수를 위한 특혜가 돼버린 수시입학에서부터 ‘교육이 진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 사학법 파동이 남긴 기득권 문제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으로 가장 수평사회여야 할 교육계의 민낯을 드러낸다.

책은 딱딱하고 민감한 이슈를 다루고 있으나 설명 방식은 매우 친근하다. 그 한 예다. 저자는 최근에 들은 이야기 하나를 전한다. 대구에서 있었던 한 교육 포럼 때 일이다. 포럼이 끝날 무렵 현직 교사인 패널이 소회를 말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때 한 교사의 말이 충격적이었다는 것이다. 내용을 옮기면 이렇다.

“요즘 교사들의 중고등학교 성적이 너무 좋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의 경우, 교사들의 중고등학교 성적이 그리 월등한 편은 아니란다. 처음에는 그게 무슨 뜻인가 했는데 그의 설명을 듣고서야 알았다.” 113~114쪽

교사의 성적이 좋은 게 뭐 그리 놀랄 일이겠는가. 그러나 이어지는 말을 들어보면 독자도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그 교사가 말하길, 그런 교사들이 교실에서 챙기고 싶은 건 자신처럼 모범적으로 공부만 열심히 하는 학생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성적만으로 교사를 뽑는 일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말이었다.

아마 이 내용에 대한 의견은 엇갈릴 수 있다. 그러나 교육 현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를 던진다.

이처럼 저자는 당장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가까운 미래에 벌어질 문제의 껍데기를 벗기고 본질을 보여준다. 이 책의 메시지는 수평사회와 민주주의로의 복원이다.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얼마나 부주의한 시대, 무감각한 시대, 부조리한 시대에 살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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