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액션의 세계 ② - 따끈따끈 베이커리
리액션의 세계 ② - 따끈따끈 베이커리
  • 북데일리
  • 승인 2007.05.0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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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습니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하는 것보다 못하다는 뜻입니다. 하시구치 타카시의 <따끈따끈 베이커리>(대원씨아이, 2002~2007)는 과유불급이란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만화입니다. <따끈따끈 베이커리>의 시작은 매우 좋았습니다.

음식 만화에서 한 번도 다루어진 적이 없었던 제빵이라는 분야에, 일본의 식문화를 곁들인 일본의 빵 `재빵`을 만드는 소년의 이야기는 매우 특이한 소재였습니다. 여기에 버터롤이나 멜론빵, 크로와상, 야키소바빵과 같이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진 익숙한 빵들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과정은 큰 관심을 모았죠.

그 결과 연재 초기인 2004년 소학관 만화상 소년부문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만화상인 소학관 만화상을 작품 연재 초기에 수상하는 것은 매우 보기 드문 쾌거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따끈따끈 베이커리>가 실패한 것은 리액션에 지나치게 집착하면서입니다. 저번 칼럼에서 이야기했듯이 음식 만화에서 리액션은 결코 빠져서는 안 될 필수요소입니다. 직접 음식의 맛을 느낄 수 없는 독자는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리액션을 통해 음식에 대해 대리만족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따끈따끈 베이커리>도 초반에는 적절한 리액션으로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였습니다. 특히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리액션은 기존 음식 만화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스타일이었습니다. 단순히 빵의 맛을 평가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것과 연관된 독특한 일련의 행동들을 코믹하게 엮어내며 리액션이 주가 되는 상황의 역전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빵 대결의 레벨이 높아질수록 리액션의 레벨도 자연스럽게 높아져만 갔습니다. 특히 5권에서 아즈마가 만든 빵을 먹고 심사위원인 쿠로야나기와 데부가 죽은 다음, 천국에 갔다가 살아 돌아오면서 점차 이 만화의 리액션은 금단의 영역에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독자들은 점점 더 큰 리액션을 원하지만, 이미 작품의 초반부에서 빵을 먹고 사람이 죽었다가 되살아나는 이야기까지 나왔으니 리액션은 점점 더 황당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따끈따끈 베이커리>의 리액션은 점점 더 커져만 갑니다. 세계 제빵대회인 모나코컵에서는 퀴담 서커스의 삐에로가 심사위원으로 나오면서 빵을 먹고는 수십 시간에 걸쳐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하는 장광설 리액션을 보여주고, 마지막 결승전에는 시간을 되돌리는 타임머신 재빵까지 나와 버립니다. 빵을 먹은 삐에로는 시간을 거슬러가 죽음을 맞이하는 모나코의 왕비(삐에로의 어머니)를 되살려내고, 현재로 되돌아옵니다.

원래는 모나코컵이 끝나고 적당하게 책을 마무리 지었어야 했지만, 작품의 인기가 높다보니 무리하게 일본 전역을 돌면서 빵 대결을 펼치는 `따끈따끈! 25` 대회가 열리면서 작품이 계속 이어집니다. 그리고 리액션의 레벨은 이제 상식선을 넘어 어이없음의 경지로 나아갑니다.

빵을 먹고는 리액션을 표현하기 위해 몸에 칼을 꽂아 넣고, 빵을 먹은 사람이 팬더곰으로, 돼지저금통으로, 거북이로, 심지어는 거대한 댐으로 변해버리기까지 합니다. 뒤로 갈수록 작품은 빵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얼마만큼 더 과격하게 리액션을 할 수 있는가를 대결하는 장으로 변해버립니다.

이는 토리야마 아키라의 <드래곤 볼>과 비슷한 경우입니다. <드래곤 볼> 역시 피콜로 대마왕이 나오는 정도에서 마무리 지으려다가 점점 이야기가 늘어서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정도까지 진행되었다가 겨우 마무리 지었던 작품이죠.

결국 지난 1월로 <따끈따끈 베이커리>는 연재가 종료되었습니다. 이미 소재는 고갈되었고, 일본편이 시작되면서 이야기는 기존 만화의 패러디가 아니면 과장된 리액션이 그 전부였으니 아쉬울 것도 없던 상황입니다. <따끈따끈 베이커리>의 성공과 실패는 음식 만화에서 리액션이 얼마나 중요한 지, 또한 반대로 리액션에 지나치게 치중하면 작품이 어떻게 망가지는 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결국 무엇이든지 적당한 게 가장 좋은 것이겠죠.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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