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를 해부하다
[칼럼]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를 해부하다
  • 북데일리
  • 승인 2007.04.3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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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이번에 소개할 책은 필자에게 생물학, 과학 분야에 흥미를 갖게 해 준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에 관한 논문 모음집 <리처드 도킨스>(을유문화사. 2007)이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1976년 출간 된 <이기적 유전자>에서 주장한 자연선택 단위로써의 유전자와 인간의 뇌에서 생겨나는 유전자에 대응하는 새로운 복제자라고 하는 밈(Meme)의 이론적 타당성과 <이기적 유전자> 출간 30년이 지난 시점에서 과학계 전반에서 도킨스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공저자 앨런 그래펀, 마크 리들러는 도킨스에 대한 26편의 논문을 주제에 따라 7가지로 묶어 놓았다. 먼저 공저자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야 겠다. 두 사람은 각각 옥스퍼드 대학에서 이론생물학, 동물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도킨스의 지도를 받은 적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책에서 처음부터 도킨스에 대한 제대로 된 비판이 나올 수 없다는 건 금방 알 수 있다.

앤드류 리드가 쓴 생물학 챕터의 첫 번째 논문에서 도킨스에 대한 열광적인 지지의 조짐이 나타난다.

“...하지만 나는 이기적 유전자 개념에서 흘러나오는 개념들 중에 답이 있다는 데 모두가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당시 내게는 모든 생물학 분야에 적응되는 엄청난 설명력을 지닌 기본 틀이 [이기적 유전자]에 들어 있는 것이 명백해 보였다. 진화생물학은 단지 ‘묘사하는’ 차원이 아니라 ‘예측한다’라는 의미에서 실제로 유기체의 다양성을 설명할 수 있다. 굴드가 틀렸던 것이다. 적응론은 엄밀할 수 있고, 검증 가능한 개념들을 내놓을 수 있으며, 그중에는 옳다고 입증된 것들도 있었다. 지적으로 빈약한 ”그건 그저 그런 거야“ 가설과 불분명한 집단선택론은 한순간에 사라졌다.”

이 글에서 리드는 대학시절 양식 있는 진화사상가라고 추켜세웠던 굴드의 이론이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진화이론을 만들어낸 도킨스에 의해 틀린 것으로 밝혀졌다고 단정 지어 버린다. 확실히 오늘날의 진화생물학자들은 집단선택론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

하지만 굴드와 도킨스 사이의 자연선택 단위로써의 개체와 유전자에 대한 논쟁은 결코 끝난 게 아니며, 적응론으로 인한 생물 종(種) 사이의 우열을 나타내는 진보라는 보다 미묘한 문제는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식의 도킨스에 대한 불필요한 찬양은 옳지 않다고 본다.

다음으로 공동 편저자인 철학자 헬레나 크로닌은 암수 다툼을 이기적 유전자 이론으로 해석한 논문을 보여준다. 그리고 옥스퍼드 대학의 동물학 교수인 존 크렙스는 과학에 대한 불신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도킨스 응급 서비스’라는 과학적 사고방식을 제시한다.

이어서 이 책을 편집한 앨런 그래펀은 <이기적 유전자>가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의 가장 엄밀한 해설서이며 자기복제자의 선택과 특수한 이기주의 사이의 연관성, 적응론 분야의 새로운 이론들과 자기복제자 선택을 정립시키는데 있어 현대 다윈 생물학을 다룬 것 중에서 그것을 능가하는 책은 없다고 단언한다.

이러한 도킨스에 대한 찬사는 철학자인 대니얼 데넷의 논문에서 절정에 이르고 있다.

“...그러기에 그 책이 중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으며, 따라서 도킨스의 책을 튜링Turing과 쿤Kuhn 같은 비철학자들의 고전들과 함께 철학 전공 학생들의 필수적인 사유 도구로 삼는다. 학생들은 그 책에서 다른 것들도 배우겠지만, 엄밀하면서도 읽는 기쁨을 줄 수 있도록 논증을 펼치는 것이 정말로 가능하다는 점도 알게 될 것이다.”

데넷은 이러한 글을 통해 도킨스를 20세기 지적 영웅들의 위치로 끌어올리는데 주저함이 없다. 이러한 데넷의 태도에 대해 굴드는 ‘도킨스의 애완견’이라는 별명을 붙였다고 하는데, 이 말이 다소 지나친 감은 있지만 사태를 정확히 판단했다는 생각이 든다.

전반부의 도킨스에 대한 일방적인 찬사는 컴퓨터 과학자인 세스 불럭, 양자컴퓨터 학자 데이비드 도이치의 논문에서 중립적으로 바뀐다. 그리고 저명한 진화심리학자 스티븐 핀커의

“나는 이런 흔한 오류들이 프로이트 사고방식을 진화생물학에 적용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사람들은 유전자를 인간의 가장 깊고 가장 진정한 본질, 가장 깊은 소망을 담은 부분이라고 생각하며, 의식 경험과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을 그 배후 동기들을 감추는 얇은 화장판이라고 생각한다... 유전자의 동기는 연극 내의 연극이지, 한 배우의 내면 독백이 아니다.”

라는 글을 통해 도킨스의 유전자 행동과 인간 마음의 본질이 같은 메커니즘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통찰을 제시한다. 핀커는 생물학에서 유전자의 의인화를 막을 이유가 없으며, 도킨스의 밈(Meme)에서 제시하는 문화적 진화를 설명하기 위해 자연선택을 끌어들여야 할 이유는 없다고 지적한다. 그것을 통해 진화생물학과 컴퓨터 인지과학의 접점을 논의한다.

4번째 챕터에서 도킨스에 반대하는 논문들이 제시된다. 철학과 교수 마이클 루즈는 적응을 통한 생물 종(種)간의 진보라는 다윈 진화론의 난해한 개념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대신 [조상 이야기]에서 도킨스가 보여주는 미묘한 질문에 피하는 태도를 비판한다.

자연선택에서 성공하는 종(種)이 갖고 있는 잠재력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인간과 다른 종(種) 사이를 가르는 궁극적인 가치는 무엇일까? 라는 난해한 질문에 대해 도킨스가 피하지 말고 직시하기를 주문하고 있다.

동물행동학 교수인 패트릭 베이트슨은 자연선택에서의 선택의 수준과 언어 차이와 번역 문제에 대한 견해 차이를 보이면서,

“솔직하다는 미명 하에 중요한 차이를 흐릿하게 만들고, 명쾌한 분석이라는 미명 하에 한 요인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의미이다... 자신의 애지중지하는 원리들이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라는 글을 통해 고전물리학과 분자생물학에서 성공을 거둔 하나의 이론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방식을 소망하는 도킨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 의학대학 교수인 로버트 웅거는 도킨스가 마지막 장에서 제시한 가장 논란이 되는 밈 개념에 대한 논의를 전개한다.

“나는 생물학이 유전자 복제의 DNA 기반 메커니즘을 발견한 뒤에 활짝 꽃을 피운 것처럼, 뇌가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더 잘 이해한 뒤에야 밈학Memetics 이 진정으로 크게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사회적 학습이 대개 정보 복제를 수반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밈학이 아니라 다른 문화 진화 모형들이 필요할 것이다.”

라는 글에서 도킨스가 제시한 자연선택 단위로써의 유전자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제시된 인간의 뇌를 통한 문화적 진화 단위인 밈(Meme)의 이론적 근거의 취약함을 지적한다. 사실 밈(Meme)이라는 단어는 오늘날 유전자의 문화적 버전으로 널리 쓰이고 있지만 그것이 현실에서 존재한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밈(Meme)은 어떤 방식으로 인간의 뇌에서 문화를 만들고 세상에 복제되는 걸까? 유전자, 프리온, 컴퓨터 바이러스, 밈(Meme) 이러한 자기복제자를 포괄하는 복제의 정의가 핵심인데, 웅거는 복제에 있어 중요한 것은 암호의 변화가 아니라 매체의 변화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유전자, 프리온, 컴퓨터 바이러스에 비해 밈(Meme)은 복제가 허약하며, 마주보고 하는 의상소통에서 메시지 수용자가 제공자의 마음에 있는 정보를 재구성해서 직접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현실에서 가능하겠냐는 다소 회의적 입장을 밝히며 도킨스에게 인간 뇌(정신)와 문화(물질세계) 사이의 간격을 좁히는 풍부한 이론적 결과물을 요구한다.

다윈 진화론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제시한 리처드 도킨스에 대한 26편의 논문은 자연과 인간정신에 대한 많은 논란과 지적 자극을 주고 있다. 특히 데이비드 헤이그의 “유전자 밈", 울리카 세저스트레일의 ”핵심을 보는 눈: 도킨스와 사회생물학“, 스티븐 핀커의 “생명과 마음의 깊은 공통점들”, 로버트 웅거의 “밈에 뭐 문제가 있나?”, 킴 스티렐리의 “음탕한 영장류”, 마이클 셔머의 “회의주의의 사도”, 데이비드 바라시의 “고래를 궁금하게 한 것: 진화, 실존주의, ‘의미’탐구”와 같은 각 분야 전문가들의 논문들을 통해 윌슨의 <사회 생물학>,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가 불러일으킨 새로운 다윈 진화 사상에 대해 수준 높은 논의를 전개한다.

[칼럼리스트 이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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