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희의 사람들] 연극과 회포 푼 배우 김용림
[박진희의 사람들] 연극과 회포 푼 배우 김용림
  • 박진희 기자
  • 승인 2015.08.18 1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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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자요 엄마’로 무한감동 선사

[화이트페이퍼=박진희 기자] 체력이 걱정이었다. 연극과 TV 드라마를 병행하는 일정이 76세 배우에게는 녹록치 않은 일상일 터였다. 배우 김용림은 현재 연극 ‘잘자요, 엄마’와 KBS2 일일드라마 ‘오늘부터 사랑해’에 출연 중이다. 고된 스케줄이 아닐 수 없다.

“체력이야 뭐… 워낙 건강한 체질이기도 하고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하는 탓에 그렇게 힘든 거 몰라요. 아직까지 일을 하면서 ‘힘들어서 못 하겠다’, ‘너무 힘들다’는 생각 한 번도 안 해봤어. 아마 정신력도 더해진 거겠지요?”

배우 김용림을 연극 잘자요, 엄마 공연 전 아트원씨어터에서 만났다. 오후 3시 공연이 있는 날이었다. 배우는 연극 시작 한참 전인 오전부터 극장 대기실에서 대본을 읽고, 몸과 마음가짐을 정돈한다. 베테랑이라 할 만한 연기 경력을 가졌을 뿐 아니라 공연은 이미 막바지로 치닫고 있어 대사와 동선도 충분히 익숙해져 있을만했다.

“일찍 와서 준비를 해야지요. 요즘 젊은 배우들 중에는 준비 시간을 등한시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러면 안 돼. 일찍 와서 준비하는 게 장단점이 있겠지만 나 같은 선배 연기자들이라도 일찍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서라도 본이 돼야 되요”

김용림이 몸과 마음으로 정성을 다 하는 연극 잘자요 엄마는 1987년 김용림, 윤석화 캐스팅으로 초연 이후 여러 차례 재공연 되어 왔다. 7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려진 잘자요 엄마는 올해 공연에서 초연의 히로인 김용림을 캐스팅했다. 작품은 자살을 두 시간 앞둔 딸과 엄마의 마지막 시간을 그린 이야기로 가족 간의 사랑과 소통을 주제로 극을 끌고 간다.

“엄마와 딸이 참 가깝잖아요. 그런데도 서로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어요. 잘자요 엄마는 서양 작품이기 때문에 우리와 동떨어진 정서가 있기는 해요. 그래도 모성애는 동서양이 다르겠어요? 자살하겠다는 딸을 말리기 위해 웃겨도 보고, 말려도 보고, 화도 내보고…그런 엄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딸은 결국 자살하잖아요. 그러면서 ‘나는 네가 내 것인 줄 알았어’라는 대사를 해요. 나는 이 작품을 통해서 엄마와 딸이 좀 더 가까워지고, 서로를 더 사랑했으면 좋겠어”

▲ 연극 '잘자요 엄마'에서 김용림이 머핀 먹는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사진=수현재컴퍼니)

잘자요 엄마로 연극 무대에 복귀한 김용림은 오랫동안 미뤄 온 숙제를 한 느낌이라고 했다. 끊임없이 드라마에 출연해 연기 열정을 분출해 내면서도 연극 무대는 또 다른 의미인 듯 했다. 연극 무대가 주는 의미가 얼마나 묵직한 것이기에 노배우를 불편하게 했을까?

“이번 연극을 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행복해. 드라마를 오래 했지만 연극을 통해서 관객을 직접 만나는 것은 또 다른 매력이에요. 내가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못하는 탓에 그 동안 연극을 미루고 미뤄왔는데 이 작품은 나에게 특별해서 이번에는 꼭 하고 싶었어요. 초연 후 27년 만에 다시 오르는데, 이번이 아니면 내가 이 작품에 다시 출연할 기회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꼭 해야되겠더라고요”

김용림이 갖는 애착만큼이나 잘자요 엄마는 특별하다. 작품을 관람한 관객 누구 한 명 눈시울을 붉히지 않는 이 없다. 그 만큼 누구에게나 가족의 의미는 당연하면서도 깊다.

“40대 때 엄마 역할을 했을 때와 지금 많이 달라요. 아마 연극 속 엄마가 지금 내 나이 정도 되지 않았을까? 이 연극을 하면서 우리 아이들 생각을 많이 해요”

배우도 관객도 한 가지 생각으로 통하게 하는 연극 잘자요 엄마는 76세 노배우의 열정으로 그 감동을 증폭시키며 오는 30일까지 연장 공연을 결정했다. 이 작품을 꼭 한 번 봐야 하는 이유로 작품이 주는 순수의 의미인 가족애를 꼽을 수 있다. 또 삶을 저 만큼 앞서 간 배우가 무대 위 연기를 통해 전달해 주는 선명한 메시지의 가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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