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안 믿는 어른, 도깨비를 보는 아이
도깨비 안 믿는 어른, 도깨비를 보는 아이
  • 북데일리
  • 승인 2007.04.2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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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과학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창작 동화 한 편이 출간됐다. <피양랭면집 명옥이> <우리 엄마는 여자 블랑카> 등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그려 낸 작가 원유순의 <마지막 도깨비 달이>(디딤돌. 2007)가 그것이다.

원유순은 우리 시대에서 사라진 ‘도깨비’를 뛰어난 상상력을 바탕으로 새롭게 복원시켰다. 이야기는 열 살 배기 아이 돌이가 물에 비친 보름달을 보고 도깨비인 줄 알고 기절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 덕분에 물에 잠긴 보름달에서 달도깨비 ‘달이’가 태어난다는 기발한 설정이다.

작가는 도깨비를 다룬 TV 다큐멘터리에서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에 요즘 어린이들이 과학지식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어린이다운 꿈과 상상력을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을 더했다.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은 도깨비들에게 먼 여정길을 내준다. 어린 달이와 등불 도깨비, 부지깽이도깨비, 방귀도깨비가 도깨비들의 운명을 책임지고 길을 떠난다. 몇 십 년 만에 사람 세상에 나온 이들은 ‘도깨비’라는 존재를 믿게 하기 위해 한밤중에 도깨비불을 만들고, 불쌍한 노숙자에게 돈벼락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은 이를 믿지 않는다.

작가 원유순의 눈에 비친 세상은 이미 ‘도깨비 세상’이다. 다음과 같은 문장을 통해 이러한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도깨비를 보고도 놀라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도깨비 모습과 닮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머리를 보라색으로 물들이고 온통 번개 머리를 하고 있지 않나, 어떤 사람은 검고 노란 색이 번갈아 나타나는 머리를 삐죽빼죽 뿔이 돋은 것처럼 꾸미고 다니는 게 도깨비와 별로 다를 게 없었다”

순수성을 잃어버린 사람. 더 이상 도깨비를 믿지 않는 세상을 ‘도깨비를 닮은 사람들’에 비유한 대목이다. 기존 작품을 통해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드러낸 작가의 시선은 여전히 올곧다.

도깨비들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지만, 동화는 희망을 버리지 말라고 이야기 한다.

“걱정하지 마라, 자 저기 저 불빛이 휘황찬란한 곳이 보이지? 저곳이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이야. 우리는 어찌 되었건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살아야 돼”

달이는 도리깨도깨비와 함께 궁궐 마루 밑으로 되돌아오고, 밤마다 사람들이 사는 세상으로 마실을 나간다. 여전히 도깨비를 믿는 사람들을 만나기는 어렵지만, 희망만큼은 버리지 않는다.

원유순의 무한한 상상력과 김중석의 풍부한 그림이 더해져 아름다운 창작동화 한 편이 완성됐다.

[고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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