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서적 혹시나 해서 읽고보니 `아하`
재테크 서적 혹시나 해서 읽고보니 `아하`
  • 북데일리
  • 승인 2007.04.24 09: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데일리] 원래 나란 사람은 ‘경영·경제’라 하면 질색하는 부류에 속한다. 고등학교 때 ‘경제’를 사회 선택과목으로 고르지 않았고 평소 신문을 볼 때 경제면을 그냥 넘겨 버렸던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다. 대학교 때 경제학과로 전과를 결심한 과 동기를 보며 정말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지금의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숫자에 약하고, 계산기 두드리는 속도도 느리며, 맘먹고 신문 경제면을 볼라치면 머리가 지끈거려 이내 포기해 버리니까.

그랬던 내가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한스미디어. 2006)를 읽게 된 동기는 두 가지다. 첫째는 경제란 분야 자체,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재테크’에 관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는 짧은 기간이나마 직장인으로서 돈 모으는 재미를 알게 된 영향이 크다. 시계를 좀 더 거꾸로 돌려 보자. 솔직히 말하면 사회에 발을 딛기 전부터 버지니아 울프가 이야기한 ‘자기만의 방과 연간 500파운드의 수입’에 대한 환상, 아니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는 이 책과의 만남을 필연이라 해야겠다.

둘째는 이 책이 몇 개월째 베스트셀러 타이틀을 유지하는 요인이 뛰어난 콘셉트에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재테크라 하면 천박한 투기 행태나 단기간에 돈을 불리는 법 혹은 부동산가에서 큰손으로 활약하는 복부인을 떠올리며 덮어놓고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 경우가 많다.

대신 사람들은 덜 노골적인 느낌의 ‘부자’나 ‘경제학’ 같은 말을 선호한다. 그래서 보통 재테크 서적 제목에도 그러한 단어가 차용되기 마련이다. 한데 이 책은 다소 속물적인 제목을 오히려 돋보이게 하는 콘셉트 재테크 입문자들의 마음을 잡는 데 성공했다. 그 콘셉트는 바로 ‘노후대비’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는 나의 두 가지 동기를 모두 충족시켰다. 우선 20대의 현실을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들이 새내기 직장인에서 대리급으로 승진하는 동안 마련할 ‘종자돈’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저자가 절약 습관부터 일러 준 것에도 신뢰가 갔다.

그는 ‘은행 수수료를 아껴라’, ‘담배와 술을 끊어라’ 같이 사소한 그러나 막강한 효력을 갖는 예를 들어 기본은 절약임을 끈질기게 설득하고 있었다. 그것은 경제 전문가의 조언이라기보다 인생 선배의 진심어린 충고에 가까웠다.

노후대비 콘셉트도 설득력 있었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우리 사회에는 노후대비를 빨리 하면 할수록 좋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지 오래다. 여기에 경제적인 준비는 필수다. 물질적인 부가 행복한 노후의 전부는 아니지만 여유 있는 인생을 위한 필요조건임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저자는 단순히 정상에 오르라고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진득하게, 효율적으로 돈을 모아 나가는 방법을 설명한다. 또 부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나 불안감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재테크를 계획하고 실천하라며 격려한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 점에 호감을 느꼈을 것이다.

책을 덮으면서 진정 재테크에 미쳐 보리라 결심하게 되지는 않았다. 내게는 그보다 훨씬 더 미치고 싶은 다른 일이 있으니까. 눈에 거슬리는 인용도 없지 않았다. 남의 붕괴에 배팅함으로써 이익을 취하는 자본시장 구조, 오직 연봉과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신이 내린 직장들’, 미국 경제를 답습하듯 밀고나가는 투자 방식에 관해 서술한 부분에서는 책장을 매끄럽게 넘길 수 없었다. 역시 돈을 굴리는 행위는 남을 다치게 할 수도 있고, 장기적인 문화 성취와는 거리가 멀다는 한계를 느끼게 한 것이다.

그러나 돈은 순환한다는 점 역시 변치 않는 진리다. 어떠한 마인드로 임하느냐에 따라, 어떠한 쓰임새로 운용하느냐에 따라 재테크의 성질 또한 달라진다. 이 책은 ‘올바른 재테크 마인드’를 기본으로 삼고 있다.

그리하여 저자의 열띤 충고 일부는 고등학교 때 부모님들이 제발 공부하라고, 네 인생이 바뀐다고 하셨던 잔소리만큼의 중요성을 지닌다. 물밀 듯이 쏟아져 나오는 여타 재테크 서적과 다를 바 없어 보이면서도 이 책만의 진정성이 있는 듯 생각하게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나는 지금의 내 방에 만족한다. 혼자 쓰기에는 충분히 넓고 쾌적하다. 그러나 이 방은 부모님이 내주신 것이다. 좋든 싫든 언제나 가족과 일상으로 얽힐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이제 나이는 이십대 중반에 들어섰는데, 꽤나 오랫동안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내 방을 구하기 위해 움직일 때라는 생각이 든다.

성숙한 외로움 속에서 자유롭게 사고하고, 지금보다 풍부한 표정과 몸짓으로 사랑하는 이들을 초대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서. 그러므로 재테크라는 테마는 <자기만의 방>과 썩 잘 어울린다. 베스트셀러를 분석하고 경제신문을 읽는 나 역시 이십대 중반의 나이에 부끄럽지 않은 내 모습이다.

[고은경 시민기자 rad83@naver.com]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