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질꼬질 더럽지만 `재미있는 과학공부`?
꼬질꼬질 더럽지만 `재미있는 과학공부`?
  • 북데일리
  • 승인 2005.09.1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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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간지에 소개된 어린이 과학공부 가이드 기사에 따르면 ‘어린이는 자기 나름의 시각에서 끊임없는 생각을 만들어내며 무한한 호기심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지적 호기심과 질문의 대부분은 자연현상, 과학원리와 관련되는 것들이 많다’고 한다. 부모는 어린 자녀가 물어보는 물음에 효과적으로 반응해야 올바른 자연에 대한 인식과 과학 의식을 갖도록 해줄 수 있다.

특히 과학 원리와 현상은 생활속에서 무수히 많이 발견되기 때문에 궁금증을 함께 풀어보려는 부모의 성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일방적으로 과학적 원리를 제시해 주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가 자기의 방식대로 궁금증을 풀어가도록 도와주는 것이 과학적 흥미를 유지시켜 준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세상에서 젤 꼬질꼬질한 과학책’(2005. 웅진닷컴)은 책이라면 만화책만 찾고 공부라면 어렵게만 생각하는 아이들과 때때로 아이의 엉뚱한 질문에 당황한 기억이 있는 어른들에게까지 널리 읽힐만한 내용의 재미있는 과학책이다.

제목부터 일반적이지 않은 이 책은 흡사 만화책 느낌의 표지에서부터 오히려 거부감이 사라진다.

왠지 산만한 느낌까지 주는 그림 때문에 내용에 의구심을 품었다면 안심해도 좋다. 겉표지의 만화는 첫장부터 끝장까지 일관성 있게 펼쳐지지만 만화보다 더 재미있는 과학상식 덕분에 만화책을 술술 넘기는 기분으로 일독 할 수 있다. 심지어 읽을수록

알찬 내용들을 발견할 수 있어 즐거움은 배가된다.

제목에서 감을 잡을 수 있겠지만 ‘꼬질꼬질’의 끝이 어딘인지 보여주려는 태세인지 내용은 가히 엽기적이라 할 만하다.

`스멀스멀, 쭈뼛쭈뼛! 끈질긴 생명력의 왕`, `살아남기의 왕 바퀴벌레, 꼬물꼬물, 꿈틀꿈틀!`, ` 창자에 착 달라붙어 사는 기생충`, `카아~악, 퉤! 걸쭉하고 누런 가래`, `폴폴! 헉! 숨이 막히는 땀냄새, 발냄새, 입냄새`, `끈적끈적, 덕지덕지! 자고 일어나면 끼는 누런 눈곱`....

바퀴벌레, 기생충, 가래, 눈곱 등은 말만 들어도 속이 거북해지는 판에 각각의 소재어를 꾸며낸 표현력은 또 어떤지….정말로 바퀴가 발등을 스멀스멀 기어가는 듯하고 걸쭉하고 누런 가래를 뱉어내고 있는 할아버지를 보는 느낌이다.

하지만 책은 단순히 관심을 끌 만한 소재들을 엽기적으로 처리한 가벼운 어린이용이 아니다.

생물과 미생물학을 전공한 저자는 ‘아무리 더럽고 구역질 나는 것들이라도 모두 세상에 있을만한 나름의 이유가 있고 그 속에 놀랍고 신비한 과학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고대부터 현재까지 우리 실생활에서 흔히 볼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사사로운 소재를 역사 속 에피소드와 함께 재미있게 설명하면서 그에 관련된 과학 상식들을 세세히 풀어준다.

한 예로 귀에서 나오는 노란 때, 귀지 이야기.

우리귀는 다양한 소리를 듣는 중요한 기관이다. 귀는 눈에 보이는 외이(겉귀)와 보이지 않는 중이(가운데 귀),내이(속귀) 세 부분으로 나뉜다. 귀지는 바로 외이와 중이 사이에 있는 외이도에서 만들어진다. 외이도의 피부에 기름(왁스)을 만드는 귀지샘이 있기 때문. 그것도 무려 4천개나 넘게!!!

이 샘에서 나오는 기름은 외이도를 따라 귓구멍으로 흘러나온다. 아주천천히. 여기에 외이도에서 떨여져 나온 죽은 피부세포(각질)와 먼지, 땀 등이 달라붙어 만들어진 것이 바로 귀지. 결국 귓속에 생기는 때인 것이다.

고대 인도 사람들은 이 귀지를 귓속에 ‘콘레이’라는 환상의 동물이 싼 배설물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귀지는 유전된다. 기름기가 많아 끈적거리는 축축귀와 바삭거리는 마른귀지가 있는데 유전학적으로 볼 때 전자는 우성 후자가 열성이다.

귀지의 유전적 성질은 인종, 지역에 따라서도 다르다. 백인, 흑인은 대부분 축축한 귀지인 반면, 황인종과 아메리카 인디언에게서는 마른 귀지가 많다.

‘먼나라 이웃나라(김영사)’가 세계 각국의 역사를 만화로 풀어내 십수년간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른 것 처럼 일상생활과 밀접한 생활과학 분야를 만화책처럼 엮어낸 ‘…꼬질꼬질한 과학책’은 꼭 공부목적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에게 과학적 흥미와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데에 도움이 되겠다.

[북데일리 송보경 기자]ccio@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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