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지 히토나리가 전하는 삶의 포부 `편지`
츠지 히토나리가 전하는 삶의 포부 `편지`
  • 북데일리
  • 승인 2005.09.1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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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소설 `냉정과 열정사이`의 블루맨 저자 츠지 히토나리가 신작 `츠지 히토나리의 편지`(2005 소담출판사)의 출간에 맞춰 한국을 방문했다.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실제 삶 속에서나 소설 속에서 `평상심`과 `정도`(正道)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에게 닥치는 어렵고 복잡한 문제들을 회피하지 말고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라고 조언했다. 번민과 고통, 슬픔 속에서 인생은 흘러가게 마련이며 흘러가는 것을 흘러가는 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 `삶`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주장은 소설 `편지`(2005. 소담출판사)에서도 크게 혹은 작게 드러난다. 소설을 이끌어가는 `나`는 타인의 편지를 대필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가 단골로 가는 카페 레오나르도를 통해 혹은 그 카페 주인의 소개를 통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그를 찾아와 편지를 대필해 달라고 요구한다.

찾아오는 이들만큼이나 편지의 종류도 다양하다.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여학생을 짝사랑하는 남학생의 연애편지, 바로 그의 구애를 거절하는 여학생의 답장, 헤어진 애인을 그리워하다 뒤늦게 사랑을 되찾으려는 후회와 소망의 편지, 자살을 앞둔 가장이 가족에게 남기는 유서 그리고 연적을 살해하고 참회하는 편지 등이 포함된다.

츠지 히토나리는 인간 세상에서 뒤엉켜있는 사랑, 증오, 욕망, 저주, 참회 등과 같은 감정들을 한 걸음 물러선 다음, 종이에 펜으로 또박또박 눌러쓰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진심을 상대방의 마음 속에 전달하고 있다.

편지를 대필하는 `나`는 "편지는 완전한 수제품이며 또한 거울과 같아서 사람의 마음이 상대방에게 들통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표현하고 있다.

츠지 히토나리가 머리말에서 편지를 일본어로 `手紙`라고 설명한 부분과 그 의미를 함께 하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한 번쯤 편지를 쓰고 싶다는 욕망을 느끼게 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며 작은 포부를 밝혔다.

`편지`를 읽은 한 독자는 "짬을 내서 하는 독서는 나에게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정성이며 그 정성의 가치가 이 소설을 통해 한층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독자는 인상깊은 부분으로 이름도 모르는 여학생에게 전해졌던 연애편지 중 "내 마음이 당신에게 닿았나요?" 마지막으로 내 이름을 적어둡니다. 이것이 내 이름입니다. 치노 다이스케. 19세" 를 추천하기도 했다.

또 다른 독자는 "모두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남기고 싶어하는 마음이 절실하게 느껴졌다"면서 "내가 보낸 편지들이 받은 사람들의 공간 어딘가에서 먼지를 먹으면서도 어느 날 그것들이 무심코 꺼내졌을 때 그들이 느낄 반가움의 살을 찌우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책을 읽고 어린 시절의 그녀를 추억했다는 한 독자는 "츠지 히토나리의 편지는 어릴 적 순수했던 내 마음의 편지를 다시 써놓은 듯한 책이었으며 그 향기가 너무나 오래 퍼질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이제는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그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서 나에 대한 모든 것들을 끊임없이 말해주고 또한 알려주고 싶다"고 표현했다.

츠지 히토나리의 작은 포부가 서서히 실현되고 있다.

[북데일리 정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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