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희의 사람들] 민우혁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로 인생 캐릭터 만났죠”
[박진희의 사람들] 민우혁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로 인생 캐릭터 만났죠”
  • 박진희 기자
  • 승인 2015.07.23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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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선수 출신 뮤지컬 배우, 야구뮤지컬 서 빛나다

[화이트페이퍼=박진희 기자] 부상, 운동 포기, 방황 그리고 희망… 어릴 적부터 해왔던 운동을 부상으로 인해 포기했을 때 사람들은 이와 같은 수순의 시간을 밟아 오는 듯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접해왔듯이 운동선수들에게 부상은 인생 전체에 치명타를 입힌다.

뮤지컬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는 한때 천재 투수로 불렸던 김건덕 이야기다. 고교야구시절 빛의 속도로도 공을 던 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칭송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던 그는 불우한 가정환경과 어깨 부상으로 큰 좌절을 겪으면서 결국 선수 생활을 포기한다. 그래도 야구를 떠날 수 없던 그는 코치로 그라운드에 남아 야구팬들의 전설이 됐다.

#민우혁 인생과 닮은꼴 캐릭터, 눈물과 함께 대사 곱씹어

김건덕 이야기가 뮤지컬 무대에 올라가고 배우 민우혁이 캐스팅됐다. 마치 운명 같았을 것이다. 민우혁은 학창시절 투수로 활약하다가 어깨부상으로 선수생활을 그만둔 이력이 있다. 이후 모델과 가수, 드라마 연기를 거쳐 뮤지컬 배우로 자리 잡기까지 13년이 걸렸다. 무척 긴 시간을 돌아 운명처럼 김건덕을 만나 “드디어 연기의 맛을 알았다”고 이야기 한다.

22일 체감온도 30도를 훌쩍 웃도는 무더운 날씨에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김건덕을 만났다. 생기 넘치는 얼굴은 누가 봐도 역할이 주는 에너지다.

“주위에서 인생캐릭터 만났다고 해요. 너무 내 얘기 같아서 처음 대본 받고 연습할 때 펑펑 울었어요. 동료 배우들이 감정 콘트롤하라고, 감정 너무 폭파시키지 말라고 다독여 줘야 할 정도였죠. 지금은 건덕이의 감정도 디테일하게 표현할 수 있고, 야구적인 스킬도 연기에 접목시킬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이제야 진짜로 뮤지컬배우로 입지를 굳혔다는 느낌이에요”

너무 오랜 시간 돌아왔지만 그게 연기를 통해 빛을 발하게 돼서 다행이라는 듯 예의 편안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너에게 빛이 속도로 간다’는 민우혁에게 아주 특별한 작품이다.

“야구선수만 아는 스킬이 무대 곳곳에 숨어있어요. 작품을 두 번, 세 번 본 팬들은 알아채더라고요. 그리고 작품을 두 번, 세 번 본 팬들만이 이 작품이 주는 메시지를 제대로 읽어요.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는 자칫 로맨스 뮤지컬로 오해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여기서 너는 10년 후의 나를 가리키는 거예요. 이제 공연이 중반 쯤 왔는데 저도 좀 더 디테일하게 연기할 수 있게 됐지만 관객들도 좀 더 메시지를 정확하게 읽었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생기죠”

#천생 뮤지컬 배우, 협업에 매력 느껴

민우혁은 천생 뮤지컬 배우다. 타고난 체격 조건과 잘 생긴 얼굴을 믿고 한때 모델을 꿈꾸기도 했었다. 야구를 포기한 이후 타고난 것으로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던 그는 우연히 모델 에이전시를 찾게 됐다. 그곳에서 그는 적지 않은 주목을 받았지만 1년 만에 런웨이에서 뛰어 내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가요 기획사를 만나 가수로 활동을 시작했다. 오랜 계약기간에 묶여 시간만 보내던 가수 활동 시절은 지금 생각해도 암흑기라는 고백이다.

“뮤지컬 무대에서 두 시간을 쏟아 내고, 관객들이 환호가 쏟아지는 순간이 정말 짜릿해요. 드라마 촬영을 해봤지만 시청자의 피드백을 바로 받는 것은 아니잖아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오랫동안 연습을 하고, 함께 무대에서 혼신을 다하고, 함께 박수 받는 일이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뮤지컬이 좋은가 봐요”

야구선수, 모델, 가수, TV연기…두루 경험치를 쌓은 민우혁에게 이제 이 모든 것들은 시련이 아니라 자산이다.

“정말 힘든 13년을 지냈잖아요. 지금 아내에게도 고마운 게, 아직 자리도 잡지 못한 저를 늘 응원해주고 기다려주는 거예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은 신인이지만 이제야 뭔가 제대로 시작하는 느낌이 들어서 늘 들떠있어요. 지금은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에만 몰입하고 싶지만 이 작품 끝나며 소속사 통해서 좋은 작품 만나게 될 것 같아요”

민우혁은 김건덕을 인생 캐릭터라고 얘기했다. 그러나 김건덕을 연기하는 배우의 이런 히스토리는 작품이 만난 행운이기도 하다. 캐릭터에 감정을 불어 넣는 공감 능력과 디테일을 살리는 경험치는 민우혁이 아니고서 누가 이처럼 리얼하게 해낼 수 있을까. 민우혁이 가진 무려 23년의 히스토리가 뮤지컬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의 감동을 배가시킨다.

민우혁이 열연중인 뮤지컬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는 대학로 티오엠 1관에서 오는 8월 16일까지 공연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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