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개미들 볼모로 '님도 보고 뽕도 따는' 코스닥 분리
[기자수첩] 개미들 볼모로 '님도 보고 뽕도 따는' 코스닥 분리
  • 김은성 기자
  • 승인 2015.07.15 17: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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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김은성 기자] 금융위원회가 증권거래소에서 코스닥 시장을 분리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코스닥 분리에 앞장서고 있다.

최 이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2년안에 코스닥 분리를 포함한 거래소 개편을 끝내겠다고 못박았다. 최경수 이사장은 전 현대증권 사장 출신으로 박근혜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활동한 인물이다. 증권가를 대표하는 낙하산 인사로 꼽힌다. 

하지만 한국거래소 내부에서조차 코스닥 분리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다. 거래소 임원진마저 정부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고 있다. 서종남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보는 지난달 토론회에서 "(코스닥 분리로) 무분별한 상장에 따른 부실위험과 투자자 피해가 늘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거래소 임원이 정부방침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드는 건 쉽지 않다. 정부가 인사 권한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코스닥 시장 분리로 기업의 상장 문턱을 낮춰 벤처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코스닥 시장을 분리해야만 벤처기업의 상장 문턱을 낮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 거래소 규정만 바꾸면 된다. 거래소를 경쟁체제로 만들려면 답보상태인 ATS(대체거래소)를 활성화시키면 된다. 현 코스닥 시장에 대한 불만은 개선하면 된다. 

게다가 코스닥 시장을 분리하면 부실 우려도 있다. 우리는 이미 과거 코스닥 시장 부실로 큰 경제·사회적 피해를 봤다.

지난 1996년 벤처 활성화를 위해 코스닥 문턱을 낮춘 결과 묻지마 상장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1999년부터 2002년까지 602개 기업이 상장해 38%가 상장폐지 됐다. 소액주주 188만명이 24조7000억원의 피해를 봤다. 투자 실패로 자살이 잇따랐다. 결국 코스닥은 존폐 위기에 몰렸고 지난 2005년 거래소와 통합됐다.

거래소와 통합한 후 코스닥 시장의 건전성은 개선되고 있다. 관리종목으로 분류된 코스닥 상장사는 거래소와 통합 전 매년 100여개가 넘었지만 지금은 42개로 줄었다. 상장 폐지되는 회사도 연 평균 40여개에서 10여개로 급감했다. 거래대금, 외국인지분율 등 지표가 대부분 나아지고 있다.

코스닥 시장 분리에 대한 실익은 입증된 것이 없다. 지금도 적자상태인 코스닥이 분리되면 독자생존도 장담하기 어렵다. 코스닥을 분리하면 전산 등에 대한 중복투자로 투자자에게 그 비용이 전가될 수밖에 없다. 코스닥 분리에 대한 실익은 뚜렷하지 않은 데 반해 부작용은 명징하다. 

때문에 당국의 코스닥 분리 시도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투자자들 손실 위험은 커지지만 창조경제로 대통령 기분도 맞추고 새 회사를 세워 낙하산 자리도 만드는 '일석이조'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금융위가 진정 주식거래소의 경쟁력을 높이고 싶다면 객이 아닌 이해 당사자인 거래소 직원들과 주인인 증권사, 투자자들의 목소리부터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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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누리 2015-07-15 19:38:21
코스닥은 반드시 분리 되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