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타 혹은 아가씨, `불량공주 모모코`
로리타 혹은 아가씨, `불량공주 모모코`
  • 북데일리
  • 승인 2005.09.1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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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타는 오해가 많은 단어다. 러시아 소설가 블라디미르 나브코프의 소설 제목 `로리타`에서 유래한 말로 `미성년자에 대한 과도한 성적 집착`을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에 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뜻밖에도 `독자적인 스트리트 패션`을 의미하는 패션용어로 변한다. 그런가 하면 `미국인`을 의미하는 `양키` 또한 비슷하다. 미국인이 아니라 `폭주족`이나 `폭주족을 사칭하는 불량한 부류`의 젊은이를 가리킨다.

일본 작가 타게모토 노바라가 지은 `시모츠마 이야기`(두드림, 2005)는 바로 일본의 소수문화인 로리타와 양키에 관한 소설이다. 일본 여고생들의 필독서이면서 영화로 만들어져 흥행에 성공을 거두었던 `불량공주 모모코`의 원작 소설이기도 하다.

이 소설을 읽기 전 알아두어야 할 게 있다. 일본 10대들 사이에 유행하는 다양한 하위 문화 가운데 ‘오토메`(乙女)라는 게 있다. 원래 `오토메`는 성 경험이 없는 미혼 여자를 조소하는 의미로 통용되던 말이다. 적어도 90년대 중반 이 작가가 `로리타, 아가씨, 숙녀, 소녀` 등 복합적인 의미로 사용하면서 문화적인 차원에서 해석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오토메`의 등장은 한때 일본 청소년을 장악했던 양키 문화나 교내 폭력 등에 대한 반발로 불거져나온 트렌드다. 다케모토 노바라는 소녀 취향의 로리타 패션이나 소녀 취향을 뜻하는 `걸리(girly)` 문화 등을 주제로 다양한 글을 발표하면서 인기를 얻었다.

특히 2002년 발표한 소설 `시모츠마 이야기(下妻物語)`가 큰 화제를 모으면서 다케모토 노바라(嶽本野ばら, 사진)는 오토메 문화의 대변자로 우뚝 섰다. CF 감독 출신인 나카지마 테츠야의 장편 데뷔작 `불량공주 모모코`는 최근 한국의 극장가에도 선을 보였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소녀문화는 10대들의 전유물인가. 그렇지 않다. 요시아 노부코가 이미 `소녀 소설`을 1910년대에 발표했으며, 화가 나카하라 준이치, 시인이자 화가였던 타케히사 유메지 등이 자주 다루었다. 또한 1950~1970년대엔 나이토 르네가 유명하다. 이처럼 일본예술사의 많은 유명인사들이 오토메 카테고리에 속한다.

오토메 문화의 대부이며 로리타와 양키에 대한 소재의 글쓰기를 즐겨하는 이 작가 또한 연구대상이다. 그는 남자로 태어났지만 어릴 적부터 `건담` 대신 `들장미 소녀 캔디`에 더 열광하고 오토메 문화에 심취했다.

그의 감각적 필치가 도드라지는 이 소설은 언더그라운드 문화에 대한 성찰이면서 동시에 사회에서 소외된 두 소녀의 성장통을 그리고 있다. 상반된 캐릭터인 두 소녀가 티격태격하면서도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우정을 키워나가는 과장이 재미있고 따뜻하다.

국내에도 오토메들이 있는가 궁금하다구? 물론 있다. 공식 책 블로그(biog.naver.com/shimotsuma)에 가보면 소설 속의 모모코처럼 드레스를 입고 일상생활을 하는 모습을 꿈꾸는 소녀들을 확인할 수 있다.

타케모토 노바라는 2000년 소설 `미싱`을 발표해 등단했고, 다음해 `미싱`에 수록된 단편 `세계의 끝이라는 이름의 잡화점`이 영화화 되었다. 2002년 `시모츠마 이야기`를 발표해 인기를 모으더니, 2003년 `에밀리`를 발표하여 제16회 미시마 유키오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북데일리 박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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