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인디언들의 진정한 독립 `선댄스`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진정한 독립 `선댄스`
  • 북데일리
  • 승인 2005.09.1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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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월 워싱턴에 위치한 케네디 센터에서는 해마다 문화예술인들에게 수여되는 케네디센터 명예상 시상식이 개최될 예정이다. 올해로 28회째를 맞는 이번 시상식에는 영화배우 로버트 레드포드, 줄리 해리스, 가수 토니 베넷, 티나 터너, 발레리나 수전 패럴 등 5명이 최고 공연예술가상을 수상한다.

이 중 연기자와 감독, 제작자로 활발히 활동하며 독립 영화 지원을 아끼지 않은 로버트 레드포드는 권위있는 독립영화제인 ‘선댄스 영화제’의 창립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68년 자신이 출연한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에서 맡았던 선댄스 키드의 이름을 따 선댄스협회(Sundance Institute)를 만들고 1985년 이래 매년 신인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들을 발굴해 내 상업주의 헐리우드 영화 속에서 독립영화의 맥을 지켜온 인물로 꼽히고 있다.

한국 영화 팬들에게도 ‘선댄스 영화제’는 낯설지 않은 국제 독립영화축제다. 선댄스 영화제 출신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 해외 감독에는 ‘저수지의 개들’의 쿠엔틴 타란티노와 ‘바톤 핑크’등의 코엔 형제가 있고, 한국에서는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포함, 최근엔 이윤기 감독의 ‘여자 정혜’ 등이 초청된 바 있다.

미국의 대표적 `독립`영화제의 이름이 선댄스(Sundance)라는 사실은 아메리칸 인디언들에게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선댄스는 ‘태양을 보는 춤’ ‘목마르는 춤’ 이라는 뜻으로 미시시피강 유역 평원에 사는 아라파호족, 샤이엔족 쇼쇼니족 등 북아메리카 평원 인디언 19부족이 행하던 의식을 말한다.

1년에 한 번 초여름, 그들은 한복판에 기둥을 세운 회장에서 태양을 보며 몇 시간씩 굶은 채로 기둥 뒤의 태양을 보며 초자연적인 존재에게 영적인 에너지와 통찰력을 요청하는 춤을 춘다. 이 춤은 여러날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에 그것을 견뎌낸 자는 영웅으로 추앙되어 특별한 지위에 오른다고 한다.

‘나의 삶, 끝나지 않은 선댄스’ (2005.돌베개)는 바로 이 Sundance 의식을 지켜본 후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은 한 인디언의 삶을 통해 20세기 후반 아메리카 인디언의 수난과 저항의 역사를 그려낸 책이다.

저자인 레너드 펠티어는 1944년 미국 노스다코타 주에서 태어났다. 백인 학교를 다니며 평범한 십대를 보내던 그는 어느 날 가슴에서 피가 흐르는 고통을 묵묵히 견디는 선댄서 의식을 목격한 후 깊은 감명을 받고 종족을 위해 투쟁하는 선댄서가 되기로 결심한다.

"(인디언 사무국 학교에서) 그들은 곧장 우리의 긴 머리카락을 자르고 옷을 벗긴 후 알몸에 DDT 가루를 뿌렸다. (중략)작은 규칙이라도 위반할라치면 그들은 긴 자로 엉덩이를 호되게 때렸다. 심지어 사람을 똑바로 쳐다보기만 해도 그랬다. 그것은 다른 사람과 대등한 인간으로서 관계하려는 시도로서, 반항 행위로 간주되었다. 우리는 영어로만 말해야 했으며 우리말로 말하다 걸리면 두들겨 맞았다."

아이젠하워 행정부의 지정 거주지 종결 정책과 ‘인간이 되기 위해 인디언을 죽여라’는 백인들의 태도에 자신이 인디언 임을 뼈저리게 느낀 그는 1970년부터 인디언 저항운동에 참여한다.

1972년 AIM(아메리카 인디언 운동)에 가입하면서 적극적인 생존 투쟁에 나섰던 펠티어는 1975년 6월 26일 파인리지 지정 거주지에서 일어난 정부와 인디언 사이의 총격전에서 두 명의 FBI 요원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2차례 연속 종신형을 선고받고 1976년부터 지금까지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얼마 후 총격전은 인디언 저항운동을 무력화 하기 위한 정부의 조작으로 드러나고 펠티어가 범인이라는 증거 역시 FBI의 위조라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그의 가석방 요구는 모두 기각되었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도 나는 여전히 원한과 복수심을 품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그들이 그랬듯이 나도 그들이 잘못되기를 바란다. 내 속에 있는 이런 모습을 지켜보아야만 하다니. 발딱 일어선 저주의 뱀 머리 위에 위태롭게 올라서야만 하는 나……."

서른한 살에 수감되어 이 책이 출간된 99년 쉰 네살을 맞은 그는 현재도 옥중생활 중이다. 책은 인내와 고통으로 얼룩진 한 개인의 삶과 현재도 진행중인 인디언 부족의 현대사를 통해 지금도 세상 어디에선가 일어나고 있는 비극의 세계사를 깨닫게 한다.

"단 한 사람이라도 굶주리거나 학대받지 않을 때까지, 단 한 사람이라도 전쟁에서 죽음을 강요당하지 않을 때까지, 무고한 사람이 감옥에 갇혀 썩지 않을 때까지, 어느 누구도 자신의 신념을 이유로 박해받지 않을 때까지 우리의 일이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을 나는 믿는다."

선댄스, 미국의 영화 독립선언처럼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자신들의 지위를 인정받는 진정한 독립기념일에 선댄스를 출 수 있을 것인가.

[북데일리 송보경 기자]ccio@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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