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합의 동거는 ‘제비꽃 여인숙’에서?
여야합의 동거는 ‘제비꽃 여인숙’에서?
  • 북데일리
  • 승인 2005.09.1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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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면서 혼자 울면서 사랑한다 말해도~/무정한 너는 너는 알지 못 하네/봉선화 연정 봉선화 연정~~”

국민가수 현철의 절창 ‘봉선화 연정’. 며칠 전 청와대 회담 후 대통령이 불렀음 직한 노래다. 숨길 수 없는 연정으로 바이브레이션 부분이 더 심하게 떨렸으리라.

연정(聯政)은 정치적 동거를 하자는 것인데, 아직 미혼인 야당대표가 받아들이기에는 부담스러웠나 보다. 또한 불쑥 연정(戀情)을 내비친 대통령은 쑥스러웠던지 해외순방길에 올랐다.

연정에 실패한 정치인들처럼 자꾸 삐걱거리는 연인들을 위한 ‘방중술 연습장’을 제공하다 덜미를 잡힌 시인이 있어 화제다.

검찰 불문부(불법문학담당수사부)에 따르면 이정록 시인은 일정한 거처가 없이 벌레, 풋사과, 버드나무껍질 등을 전전하다가, 지난 2001년 9월부터 ‘민음사’ 명의의 건물을 임대받아 ‘제비꽃 여인숙’을 운영해오면서 ‘불법방중술 시술’을 해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 시인을 ‘중매 및 방중술 시술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철사 옷걸이 은닉 및 유사 털실 제조 미수’, ‘아동학대 및 무허가 어린이집 운영’, ‘장항선 추행 및 공공장소 노출’등의 혐의로 이 시인을 기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공소장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철사 옷걸이 은닉 및 유사 털실 제조 미수 혐의’다.

“고목이 쓰러진 뒤에/보았다, 까치집 속에/옷걸이가 박혀 있었다./빨래집게 같은 까치의 부리가/바람을 가르며 끌어올렸으리라/그 어떤 옷걸이가 새와 함께/하늘을 날아봤겠는가, 어미새 저도/새끼들의 외투나 털목도리를 걸어놓고 싶었을까/까치 알의 두근거림과 새끼 까치들의/배고픔을 받들어 보셨을 옷걸이,/까치 똥을 그을음처럼 여미며/구들장으로 살아가고 싶었을까/아니면, 둥우리 속 마른 나뭇가지를/닮아보고 싶었을까/한창 녹이 슬고 있었다/혹시, 철사 옷걸이는/털실을 꿈꾸고 있었던 게 아닐까” (‘아름다운 녹’)

둘째, ‘아동학대 및 무허가 어린이집 운영 혐의’다.

“목수는/대패에 깎여 나오는/얇은 대팻밥을/나무기저귀라고 부른다//천 겹 만 겹/기저귀를 차고 있는,/나무는 갓난아이인 것이다//좋은 목수는 안쪽 젖은 기저귀까지 벗겨내고/나무아기의 맨살로 집을 짓는다//발가벗은 채/햇살만 입어도 좋고/연화문살에/때때옷을 입어도 좋아라//목수가 숲에 드는 것은/어린이집에 가는 것이다” (‘나무기저귀’)

셋째, ‘장항선 추행 및 공공장소 노출 혐의’다.

“장항선에는 광천 역과 천안 역이 있는데요/광천에는 신랑동이 있고요 천안에는 신부동이 있어요//상행과 하행을 반복하는 지퍼의 손잡이처럼/그들 사이에 열차가 오르내리는데요/이들 둘의 사랑을 묶고 있는 장항선은 신부의 옷고름이자 신랑의 허리띠인 셈이지요//....../수없이 오르내리는 마음이 절어서/선로에 검붉은 돌이 쏟아지지요/그 돌들이 다 사랑인 것을/철로 옆 소나무도 알고 있지요//억새꽃이 부케처럼 피어 있고요” (‘기차표를 끊으며’)

넷째, 문제가 된 ‘중매 및 방중술 시술 등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다.

“북北이란 글자는/두 사람이 등지고 있는 꼴이다/마음을 등지면 등과 등 사이가/가장 추운 골짜기가 된다/거기가 한랭전선의 핵이다//비比라는 글자는/그중 한사람이 비스듬 눈길 비끼고 있다/툭 어깨를 치자 바라보는 길 끝이 같아진다/어깨를 견주며 외나무 다리를 건너고 있지만/외로워라, 앞서거니 뒤서거니/거기가 꽃샘추위의 알뿌리다//구臼라는 놈은 확을 본뜬 글자다/그러나 한참을 들여다보면, 두 사람이/가슴을 맞대고 절구질하는 꼴이다/야하게 말해서 떡을 치는 것이다/쿵쾅쿵쾅 지구란 별을 풀무질하는 것이다//내가 너에게로 가는 꼴이다/네가 나에게로 달려오는 치맛자락/그 안창에 뿌리를 박고 있는 회오리바람이다//곧 두 다리를 뻗대고/천문泉門이 열린, 우리의/아兒가 나올 것이다” (‘한문선생’)

이에 대해 시인은 ‘희망의 거처’라는 항소이유서에서 “생이란, 자신의 상처에서 자신의 버팀목을 꺼내는 것”이라며 “두 눈을 씨앗인 양 들여놓고 제 몸을 보시하는” 민달팽이처럼 “멀리 천천히 내다보기 위해 허공에 두 눈망울을 올려놓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인은 특히 이번 일을 계기로 사람에 대한 ‘연정’은 자연의 섭리라며, “사랑은 언제나 여러해살이”라는 말을 남기고 ‘제비꽃 여인숙’으로 발길을 옮겼다. 시인의 뜨거운 가슴처럼 저 멀리서 절구질 소리가 들리면, 천문이 열리고 `우리의 兒(아)`가 나올 것인가.

p.s. 이 글은 시와 시인을 짝사랑하다 차인 `기자의 상상`에 기초한 것임을 밝힙니다.

[북데일리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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