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도전과 우회가 인정되는 곳, 뉴욕
거친 도전과 우회가 인정되는 곳, 뉴욕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5.07.06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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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미의 『나의 사적인 도시』

[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좋아하는 장소와 꿈꾸는 장소는 다르다. 좋아하는 장소엔 어떤 즐거움과 함께 추억이 있기 마련이고 꿈꾸는 장소엔 비밀처럼 은밀한 무언가가 있다. 좋아하는 장소와 꿈꾸는 장소가 같다면 그것은 특별한 무엇이 된다. 박상미의 『나의 사적인 도시』(난다. 2015)에서 뉴욕이 그렇다.

 뉴욕이란 도시에 부여된 갖가지 이미지가 아닌 오직 박상미만의 감정으로 그려낸 도시.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가 가득한 도시에서 그들의 언어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것일까. 어떤 것도 상상할 수 없지만 부러운 삶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사람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거의 처음부터 나에게 뉴욕이란 도시는 중요했다. 내가 태어난 도시가 아니라 내가 살기로 선택한 도시. 뉴욕은 나라는 개인에게 매우 사적인 은유였다. 내가 자라나며 불만을 품었던 중산층적 가치들의 전복이 일어날 수 있는 장소. 안정과 위생과 효율보다 도전과 거침과 우회(迂廻)가 인정되는 곳. 불가능하게 치솟은 빌딩들처럼 위대함이 꿈꾸어지고 시도되는 장소로서의 은유. 뉴욕은 내 삶의 변명들을 뭔가 다른 것으로 바꾸어가는데 필요한 나만의 내면적 장치였다.’(87~88쪽)

 누군가는 뉴욕 설명서를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책 속 뉴욕은 박상미에게 스며드는 뉴욕이다. 지난 2005년부터 2010년간 블로그를 통해 기록된 이야기엔 뉴욕이란 도시와 더불어 어떤 다짐과 고독을 읽을 수 있다. 박상미가 바라보는 시선, 그곳에 담긴 뉴욕은 특별하다. 제목 그대로 사적인 도시다. 그러므로 아주 개인적인 감정의 기록으로 남은 뉴욕은 과장된 포장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뉴욕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공적인 도시로 다가온다. 그곳이 예술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호퍼의 그림에 대한 박상미의 감상은 풍경이라는 슬픔이 전해진다.

 ‘호퍼의 그림은 구상화이지만 인물이 등장하는 경우마저도 내러티브가 절제되어 있다. ​결국 그는 풍경화가가 아니었을까. 코로나 컨스터블과는 다른, 미국이라는 거대한 땅 위에 지어진 집들을 그린. 가끔 그 안팎의 사람들을 그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그저 벽에 햇빛을 드리운 집이 서 있는 풍경.’ (137쪽)

 책에 수록된 예술 작품은 대부분 생소해서 어색하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접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점이 이 책의 매력이다. 아주 사적이면서도 은밀한 뉴욕이라는 도시를 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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