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로 동물 치유, 환상적인 이야기
바느질로 동물 치유, 환상적인 이야기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5.07.02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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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 소녀>

[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 동화가 갖는 특수성 가운데 환상성은 아이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가동하게 하는 기제가 된다. 그런 면에서 <바느질 소녀>(사계절. 2015)는 환상성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평범한 소녀 수지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동네 공원에 등이 굽은 거지 소녀가 나타난다. 온종일 쭈그리고 앉아있어 좀처럼 사람들 눈에 띄지 않아 언제 나타났는지 정확하지 않지만, 소녀의 등장 이후 동네에서 기묘한 일들이 생긴다. 그 일은 수지에게도 일어난다. 수지가 키우는 강아지 구름이는 한쪽 다리가 불편했다. 어느 날 구름이가 사라져 한참을 찾던 끝에 거지 소녀 옆에서 네 발이 멀쩡한 구름이를 찾게 된다.

또한, 누군가에게 꼬리가 잘려 죽은 줄 알았던 고양이가 버젓이 살아있고, 심지어 잘렸던 꼬리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수지는 이 모든 일이 거지 소녀와 관계있다고 생각한 끝에 거지 소녀를 찾아 간다. 그곳에서 거지 소녀가 다친 동물들을 치유하는 신비한 장면을 목격한다.

“너 지금 무슨 못된 짓을 하는 거니?” 수지가 뒷걸음치며 말했다. 몸이 떨려서 제대로 걸음을 떼지 못했다. “쥐덫에 다쳤대. 꿰매 주고 있는 거야.” 거지 소녀는 태연하게 바느질을 하며 대답했다. “바늘로 찌르면 아플 텐데. 고양이가 가만히 있네.” “곧 나을 테니까.” “그렇게 하면 낫는다는 거니?” 수지는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서서 가만히 거지 소녀를 바라보았다. -30쪽

이후 소녀의 기묘한 바느질 능력으로 수지 친구 준하의 강아지를 낫게 하면서 세 아이는 특별한 우정을 쌓는다. 하지만 은이 할머니의 굽은 등을 곧게 펴고, 장애를 가진 재호를 낫게 해 소문은 점점 동네 곳곳에 퍼진다. 설마 하던 소문은 공부는 잘하지만 부모님의 권력을 등에 업고 못된 짓을 일삼는 정태와 현태 형제를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른다. 급기야 거지 소녀의 능력을 부정하는 어른들은 아이를 격리하려 하는데...

책은 환상과 현실을 오가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바느질로 동물과 사람을 치유하는 등이 굽은 거지 소녀라는 인물은 어린이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특히 부모의 권력을 믿고 못된 짓을 일삼는 형제는 권력과 폭력을 상징한다. 이들 폭력에 강하게 대응하는 거지 소녀와 끝까지 소녀를 지키려는 수지와 준하의 모습은 폭력과 불신에 흔들리지 않는 희망을 대변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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