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학표가 선한 이미지인데 장세동을 하다니 너무했다. 제5공화국 최고의 미스 캐스팅이 바로 홍학표 같다. 홍학표라면 재야인사나 민주화인사 이미지가 딱인데. 아니면 학생운동가나."- MBC 시청자 게시판(KDC)
아마 과거 탤런트 홍학표(44)의 이미지를 기억하고 있다면 이처럼 생각할 팬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1987년 단막극 `샴푸의 요정`으로 데뷔한 홍학표는 1990년부터 94년까지 방영된 MBC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으로 풋풋한 개성을 보여줬다.
이후 영화 `비 개인 오후를 좋아하세요?` `맨발에서 벤츠까지`, TV 드라마 `사랑은 이런 거야` 등 그는 줄곧 때묻지 않은 젊음을 연기했다.
당시 홍학표가 누린 인기는 TV의 원작인 `우리들의 천국` 광고에서 잘 드러난다. `에메랄드빛 싱그러운 젊은이들의 봄비같은 사랑을 그린 청춘스케치`라는 부제가 붙은 책의 표지 모델로 낙점받았다. 당시 이 드라마에는 장동건, 전도연, 김찬우, 박철, 이승연 등이 출연중이었지만 간판스타의 영광은 그에게 돌아갔다.
재미있는 점은 홍학표가 원래 주인공인 진수가 아니라 오성대역으로 캐스팅됐다는 점이다. 그러나 진수로 내정된 안정훈이 방송되기 직전 교통사고를 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책 `어제 그 프로 봤어?`(1991, 친구)에는 이진석 PD(우리들의 천국 연출자)의 입을 통해 그 배경이 상세히 설명돼 있다. 방송국측은 첫 방송을 특집 프로그램으로 메웠지만 안정훈은 좀처럼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때 홍학표가 이진석 PD에게 `기회를 달라`고 부탁한다. 이PD는 오케이했지만 제작진의 윗선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그때 그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풋내기 탤런트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주위의 우려와는 달리 `우리들의 천국`은 인기몰이를 시작했고, 신인탤런트 `홍학표`는 청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책에는 안타까운 사연이 하나 더 소개돼 있다. 방영 당시 홍학표의 상대역이었던 최진실(승미 역)이 백혈병에 걸려 일찍 프로그램에서 사라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진실의 영화 스케줄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그 때문에 최성실 작가가 통한의 눈물이 쏟는 통에 얼굴이 퉁퉁 붓는 일이 벌어졌다.
한 시청자가 자신의 동생이 재생불량성빈혈증(백혈병)을 앓고 있다며 `왜 죽였냐`며 울었다는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최작가가 같은 병을 앓다가 기적같이 살아났다는 점이다. 결국 작가는 사연의 주인공을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섰고, 대본이 제 날짜에 나오지 못하는 해프닝까지 일어났다.
홍학표는 순한 외모 때문에 늘 착한 역할만 맡았다. 그게 불만이었던 그는 MBC `10대 사건 시리즈`에서 흉악범으로 출연한 적 있지만 `우리들의 천국`이 성공하면서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화제의 드라마 `제5공화국`에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정치드라마에 출연하며 군사정부의 실세로 나섰으니 그 때의 아쉬움이 조금은 누그러졌을 지도 모른다.
(사진 = 1.홍학표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 출처 책 `어제 그 프로 봤어?` 2. 책 `우리들의 천국 3. 홍학표가 장세동역으로 출연하는 드라마 `제5공화국`) [북데일리 김대홍 기자] paranthink@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