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혹시 `선택의 감옥`에 있지않나요
당신, 혹시 `선택의 감옥`에 있지않나요
  • 북데일리
  • 승인 2007.04.1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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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제한은 없어. 너는 무엇이든 원하는 것이 될 수 있단다.” 어항 속의 아빠 물고기가 아기 물고기에게 말한다. 아빠 물고기는 어항 속의 삶이 얼마나 제한적인 것인지 모르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이 꼭 우물 안 개구리를 뜻하는 것일까?

어항 속의 삶은 제한적이지만 안전하기 때문에 아기 물고기는 굶거나 먹힐 염려 없이 자유롭게 실험하고 탐구하고 창조하며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어항이 없다면 제한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기 물고기는 생존을 하기 위해 그 모든 힘과 시간을 써야 한다.

‘선택’이라는 단어는 개방적인 어감을 준다. 그 존재만으로도 무궁무진한 기회를 던져 준다. 기회란 우리에게 주어진 일종의 자유이자, 그것을 제대로 누리고 못 누리고는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어항 속에 머무는 삶이든 넓은 바다로 향하는 삶이든 아기 물고기 스스로 선택하고 헤쳐 나가야 하는 것처럼.

선택에 지배당하는 사람들

많은 사람들이 선택과 자유를 동일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선택의 폭이 넓을수록 더 많은 자유를 누리고, 더 주체적이면서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 그 믿음은 반박할 여지가 없는 듯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상품이나 그 밖의 기회가 다양해질수록 선택의 자유 또한 커지고, 그것은 곧 삶의 질 향상인 양 비춰지기 때문이다.

허나 우리의 실제 생활을 되돌아보면 ‘선택의 자유’와 ‘삶의 질’ 사이에 늘 비례 관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현명한 선택을 하기란 꽤나 까다로운 일이다. 우리는 매순간 그 까다로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옷을 살 때나, 음식을 주문할 때나, 텔레비전을 볼 때나, 이력서를 낼 때나, 배우자를 고를 때나 매끄러운 결과를 얻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무엇을 선택해야 후회하지 않을까? 무엇을 선택해야 잘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최상의 선택을 해야 한다는 집념이 강한 사람일수록 그 고민의 정도는 심할 것이다.

이 책 <선택의 심리학>(웅진지식하우스. 2005)은 그들을 일컬어 ‘극대화자’라고 칭한다. 극대화자는 자신이 하는 모든 구매나 결정이 최고이기를 추구한다. 현실적으로 어떤 상품이나 기회를 선택할 때 관련된 대안 전부를 검토할 수는 없다.

그렇게 해서 얻은 결과가 반드시 최고라고 확신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극대화자는 선택 자체에 집착하여 다른 일에 쓸 수 있는 힘과 시간까지 소진해 버린다. 사실 누구에게나 이러한 경향은 있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싫어도 극대화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 안의 극대화자를 비롯해 주변에 있는 모든 극대화자들은 미하엘 엔데의 <자유의 감옥>을 떠올리게 한다. 선택의 기로에 선 우리 모습은 자유의 감옥에 갇힌 채 111개의 문 중 자신을 구할 단 한 개의 문을 열어야 하는 죄수와 닮아 있다.

선택을 좌우하는 심리 법칙

<선택의 심리학>은 더 많은 선택의 자유가 왜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지 못하는지 설명하는 책이다. 그 과정에서 몇몇 심리적 법칙을 소개하는데 기회비용, 후회, 적응, 비교 선택 등이 그것이다. 읽어 보면 쉽게 공감할 수 있지만 평상시에는 인식하기 어려운 우리네 속사정을 콕콕 짚어 줘서 흥미롭다. 일상적인 사례들이 풍부하며 그에 대한 저자의 분석도 무척 자상해서 이해하기 수월하다.

기회비용: 어느 대안이든 그것의 비용은 다른 대안이 제공했을 기회들을 포기하는 데 있다는 관점. 대안이 많을수록 우리가 경험하는 기회비용은 커지고, 기회비용이 클수록 우리가 선택한 대안에서 얻는 만족은 줄어든다.

후회: 결정을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거나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 대안을 찾아낼 때 갖는 느낌. 후회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에는 누락 편견, 간발 효과, 책임성, ‘만약’이라는 반사실적 생각 등이 있다.

적응: 어떠한 상황에 익숙해지며, 그런 후에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현상. 혹은 참조점의 변화를 겪는 것. 적응은 선택에서 얻는 만족과 행복을 약화시킨다.

비교 선택: 무엇을 선택할 때 그것을 자신의 희망, 기대, 과거의 경험, 남들의 경험과 비교하는 행위. 사회적 비교를 많이 할수록 그것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커지고, 그 결과는 대개 불만족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이와 같은 심리적 경험이 누적될수록 선택의 기회가 고통스러운 짐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실망스러운 결과가 계속 쌓이고, 그 모든 실망을 개인의 책임으로 느끼면서 우울증마저 초래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미국의 국내총생산과 우울증 환자수가 함께 증가해 왔다는 점은 한 예가 된다.

선택의 기회가 과도해지면서 생겨난 무력감, 자율성의 확대에 따른 책임감과 부담감, 개인주의가 불러온 완벽 콤플렉스 등은 미국인의 행복지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이러한 자료는 인간의 행복을 구성하는 데 물리적인 자유가 전부는 아님을 뚜렷이 보여 준다. 극대화자를 양산해 내는 환경은 자유로운 낙원이라 할 수 없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지는 않는다

읽다 보면 똑같은 이야기가 반복된다는 느낌을 받을 지도 모른다.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너무 명료하기 때문이다. 선택과 자유, 선택과 행복의 관계를 밝히는 것이 목적인데 독자를 설득하기 위해 다양한 자료로 부연하다 보니 다소 장황한 인상을 남길 법하다. 하나 이 책은 매순간 최고의 결정을 내리느라 갈등하고, 압박을 받고, 불안에 떨다 지친 우리에게 선택 노이로제에 걸린 것은 아닌지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퍽 유용하다(그러한 맥락에서 4장의 제목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앞에서 누누이 해온 이야기들에 모순되는, 너무 억압적인 제목이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한 11개의 원칙을 제시한다. 뻔한 이야기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경험에 비추어 받아들인다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선택의 감옥을 보게 될 것이다. 선택의 정체를 꿰고 난 뒤에는 보다 당당하고 여유 있게 그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1. 언제 선택할지 선택하라 2. 세심한 선택자가 되어라 3. 더 만족하고 덜 극대화하라 4. 기회비용의 기회비용을 생각하라 5. 결정을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만들어라 6. 감사하는 태도를 연습하라 7. 후회를 적게 하라 8. 적응을 예상하라 9. 기대를 통제하라 10. 사회적 비교를 줄여라 11. 제약을 사랑하라

[고은경 시민기자 rad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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