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고 싶은 곳, 슬로베니아 수도 '류블랴나'
산책하고 싶은 곳, 슬로베니아 수도 '류블랴나'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5.06.28 21: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병융의 『아내를 닮은 도시』

[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처음 접하는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로의 초대는 정말 매혹적이다. 『아내를 닮은 도시』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류블랴나 대학에서 한국문학을 가르치는 남자, 아내를 지독히 사랑하는 남자가 들려주는 도시 안내는 달콤하다. 강병융의 『아내를 닮은 도시』(난다. 2015)는 류블랴나의 지리적 위치나 관광하기 좋은 곳은 어디며 어떤 나라인지도 중요하지만 그곳의 문화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그곳을 궁금하게 만든다.

 ‘길을 걷고 싶게 만드는 건 멋진 포장이 아니다. 화려한 조명도 아니다. 때론 그저 소소한 이름만으로도 그 길이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 단순하더라도 그 안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다면 말이다.’ (42쪽)

 말이 통하지 않는 이방인을 위한 다정하고 세심한 그곳 사람들의 배려나 자신을 믿고 타국 생활을 결정한 아내와 딸에 대한 애정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리고 하나 더, 강병융의 유머와 재치가 가득한 글이다. 친한 친구에게 우리 동네에 놀러 오라는 편지를 받은 기분이랄까. 이웃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고 삭막해지는 시대, 류블랴나의 작은 아파트 리프트가 궁금하다.

 ‘리프트 안에 그들이 두고 간 ‘안녕’들이 남아 있다. 리프트 안에 그들이 뿌려둔 ‘예의’들의 향기가 난다. 그래서인지 리트프를 탈 때마다 진짜 몸과 마음이 안녕한 느낌이 든다. 그들의 작은 예의가 저녁 산책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때로는 나의 출근길을 더욱 활기차게 만들어준다. 어쩌면 사람의 인연이 그 ‘예의상’에서 싹트는 것은 아닐까?’ (54~55쪽)

 검색창에 류블랴나를 써넣는다. 처음에는 생경했던 이름이 이제는 익숙하다. 올여름에는 류블랴나 강과 류블랴나 성을 상상하는 시간이 길어질 것 같다. 길고 크지 않은 강에 놓인 다리와 여름밤 영화를 상영하는 성이라니. 혼자서 다리는 건너도 좋겠고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영화를 보며 투명한 밤을 보내도 좋겠다. 류블랴나는 작고 아담하다. 크고 화려한 건물 대신 삶이 있는 묘지도 인상적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나란히 누워 있는 먼 훗날의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상상하는 작가의 마음이 애틋하다.

 매일 걷는 길을 사랑해본 적이 있는가?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기 위해 바닥만 보고 걷는 길이 아닌 길을 걸었던 적이 언제였는지 떠올려본다. 걷기 좋은 계절이 사라지기 전에 산책의 즐거움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류블랴나는 아니더라도 말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