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를 향한 정여울의 고백
헤세를 향한 정여울의 고백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5.06.28 21: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여울의 <헤세로 가는 길>

 [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 ‘우리 안에는 저마다 하나의 은밀한 장소, 숨은 피난처가 있다고. 우리는 언제나 그 속에 틀어박혀서 자기 자신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하지만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인간은 참으로 적다고. 헤세 박물관은 바로 그렇게 내 안에 틀어박혀 스스로와 수다를 떨기 딱 좋은, 아득한 고요로 가득하다.’(46쪽)

 내면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작가라니, 이 얼마나 황홀한 말인가. 문학평론가 정여울의 말이다. 이처럼 <헤세로 가는 길>(아르테. 2015)은 헤세를 향한 정여울의 고백이다.

 <헤세로 가는 길>은 헤세가 태어난 독일의 칼프와 40년을 살며 잠든 스위스의 몬타뇰라에서 헤세의 삶을 들려준다. 칼프와 몬타뇰라의 풍경과 함께 그곳에서 마주하는 헤세의 흔적을 100장의 사진과 100개의 이야기로 그려냈다. 물론 그 여정엔 헤세의 문학, 그림, 삶이 있다. 그 길을 함께 걷노라면 『수레바퀴 아래서』속 한스처럼 외로운 영혼이었다는 걸 짐작한다.

 헤세가 만든 인물은 늘 방황한다.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존재로 자신과의 싸움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헤세의 소설에 대한 정여울의 평론을 통해 헤세를 읽을 수 있듯 그 싸움을 통해 내면을 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인지도 모르다. 헤세가 정원을 가꾸고 풍경을 그린 이유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헤세의 책을 통해 누군가를 이해하고 다른 나를 발견하기를 바라는 마음처럼 말이다.

 헤세와 정여울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무척 매력적인 책이다. 헤세라는 이유만으로 칼프와 몬타뇰라는 아름다운 도시다. 헤세의 책을 읽고 책과 함께 여행을 떠나도 좋겠다. 그러니 누군가에는 문학여행서가 될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헤세로 닿는 길이 된다. 읽지 않은 헤세의 소설을 읽고 다시 읽게 된다면 헤세와의 거리도 조금은 좁혀질 것이다.

 ‘우리가 헤세의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는 우리 곁에 있어줄 것이다. 우리가 고통속에서도 외부를 탓하기보다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볼 때, 타인의 결점을 비난하기보다 자신의 그림자를 들여다볼 때, 그때마다 그가 우리 곁에 있음을 보게 될 것이다.’ (404쪽)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