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에서 풀이 돋았다? 우리의 열혈 국악인들
발에서 풀이 돋았다? 우리의 열혈 국악인들
  • 북데일리
  • 승인 2007.04.1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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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막신에 풀이 돋아나도록 연주에 매진한 음악가`

[북데일리] 모차르트 베토벤의 생애는 익숙한 반면, 우리 음악가들의 생애와 뒷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던 것이 사실. 묻혀진 우리 음악사를 시와 노래, 그림을 통해 산책해보는 것은 어떨까.

최근 출간된 <청소년을 위한 한국음악사-국악편>(두리미디어, 2007)은 숙명가야금 연주단 송혜진 교수의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명쾌한 해설, 풍부한 삽화와 더불어 흥미로운 음악사의 뒷이야기들까지 구석구석 소개해주고 있다.

특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우리 음악 명인들의 일화들은 서양 음악가들의 그것에만 익숙해온 우리에게 신선한 감동을 불러일으킬 만 하다.

그 중 천민출신의 거문고 명인으로 조선 숙종과 경종 대에 신화적인 명성을 남긴 김성기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유명한 일화를 통해 알려져 있다. 책에 따르면 김성기는 원래 활을 만드는 장인이었지만 거문고에 심취해 음악가의 길로 들어선 인물. 가난한 생활을 면치 못하면서도 음악가의 길을 택했기에 그 누구보다 독하게 음악을 배우려했다.

그가 왕세기란 스승에게 거문고를 배울 때였다. 스승이 새로운 곡을 작곡할 때마다 혼자서 간직할 뿐 좀처럼 가르쳐주지 않았다. 혼자 곡을 연습하고 있던 스승이 어느 날 밤 창문을 열어 젖혔을 때였다. 창밑에선 제자 김성기가 웅크리고 앉아 스승의 연주를 몰래 귀담아 듣고 있었다. 엿듣고 배우는 `도둑공부`를 하고 있었던 것. 스승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음악에 대한 갈증을 채우려는 제자의 배우려는 열정과 노력에 감복했고 마침내 모든 음악을 전수해줬다. 그는 당시 풍류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악가가 되었는데 거문고를 좀 탄다하는 인물이 나타나면 물을 것도 없이 `김성기의 제자`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고 한다.

헌종과 고종 대에 활약한 대금 명인 정약대의 일화 역시 빼놓을 수 없을 듯. 정약대는 10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인왕산에 올라가 `도드리`란 곡으로 피나는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였냐면 그는 연습곡이 한 번 끝날 때마다 나막신에 모래알을 집어넣고 나막신에 모래가 가득해질 때까지 내려오지 않았다. 그러자 어느 날 나막신의 모래에서 풀이 돋아났다! 물론, 나막신에서 풀이 돋아 날리는 만무하다. 그의 열정이 기적을 이룰 수 있을 만큼 대단했다는 점, 그 음악적 성취가 사람들을 감동시킬만한 수준이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일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선 이 외에도 상고시대부터 삼국과 가야시대, 통일신라, 고려, 조선시대를 거쳐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우리 음악사와 관련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꼼꼼히 소개하고 있다. 사냥춤에서 창작음악까지 음악과 춤을 사랑한 한민족의 음악이야기를 읽으며 우리 음악가들의 열정과 멋을 만끽해보는 것이 어떨까.

[하수나 기자 mongz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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