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싶은것VS할수있는것' 구별해야 비로소 '어른'
'하고싶은것VS할수있는것' 구별해야 비로소 '어른'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5.06.18 2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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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의 <숨은 밤>

[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기괴함을 넘어선 매혹적인 공포는 무엇일까. 『늑대의 문장』의 저자 김유진은 잔혹동화 그 너머의 무언가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숨은 밤』(문학동네.2011)은 단편의 확장일까. 어른의 세계에 속하지 못한 아이들과 비주류로 살아가는 주변인, 그리고 이방인의 시선이 머무는 곳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여관에서 보호자 없이 장기 투숙하는 화자 ‘나’와 그곳에서 일하는 소년 '기(基)'는 고아 아닌 고아다. 트럭을 몰며 장사를 하는 나의 아버지는 '안(雁)'에게 소녀를 부탁한다. 마을은 여름축제가 열리고 낚시를 할 수 있는 강이 있다. 안(雁)이 있다는 이유로 ‘나’는 이곳에 온 것이다. 사람들과 교류하지 않고 어탁을 하는 안(雁)과 ‘나’가 친밀한 사이는 아니다. 한 번씩 안의 집에 방문하고 짧은 대화를 나누는 게 전부다. 기(基)와의 관계도 다르지 않다. 서로의 존재를 인식할 뿐이다.

 마을에서 기(基)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보호자도 없다. 군청 직원만이 쌀과 도시락을 챙겨주며 작은 진심을 보였다. 기(基)가 잠깐 학교에 다니게 된 것도 직원의 배려였다. ‘나’는 기(基)를 이해할 수 없었다. 재활용 교복을 입고 자신보다 작은 아이들의 따돌림을 받으며 학교에 다니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어른이 된다는 건,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엄격하게 구별할 수 있는 데서부터 출발한다고 했다. 전자에서 후자로 흐르는 삶, 자신이 만들 수 있는 가장 크고 아름다운 울타리를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가 자족하는 삶, 안은 그런 삶을 꾸릴 때야 비로소 어른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에 따르면, '기'는 한낱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기'는 자기 자신조차 잊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기에게서 뒤늦게 발견한 놀라울 정도의 유치함은, 거기서 비롯된 것이었다. 안의 말은 늘 옳았다.’ (95쪽)

 김유진은 여전히 불편하고 불투명하다. 걷어낼 수 없는 얇은 막으로 인물을 설명한다. 물론 기, 안, 장은 독특하다.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해야 할까. 기(基)가 어떤 이유로 분노와 함께 살아왔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사랑의 전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은 이해받고 인정받고 싶은 뜻으로 해석된다. 가장 가까운 이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보호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나’와 누구도 믿을 수 없었던 기(基)가 서로의 바라보고 있으니까. 단 한 사람의 이해와 인정만으로 채워질 수 있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서툴고 퉁명스러운 기의 고백처럼 말이다.

 ‘너는 누굴 싫어해? 사람들. 거의 모든 사람들.

 그럼 누굴 좋아해? 나는 너를 좋아해.’ (203쪽)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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