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남편을 죽인 사연
친구의 남편을 죽인 사연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5.06.1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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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의 <나오미와 가나코>

[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 ‘오늘 밤 사람 하나를 죽이려 하는 젊은 여자가 여기 있다.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확신범으로 일을 처리하려는 자신이 있다. 이상하게도 왠지 한 줌의 가책이나 망설임도 없다.’ (230쪽)

 살인계획에 이처럼 당당한 여자는 누구일까. <남쪽으로 튀어>의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장편소설 <나오미와 가나코>(예담. 2015)속 나오미다. 가장 친한 친구 가나코의 남편을 죽이려는 나오미의 사연은 무엇일까?

 대학에서 만난 나오미와 가나코는 서로를 의지하는 친구였다. 그런 가나코가 남편의 폭력으로 영혼이 죽어가고 있었다. 가나코는 남편의 반복적인 폭력에도 조금씩 나아질 거라는 생각으로 버틴다. 나오미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력을 목격하며 피해 다녔던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으며 가나코에게 당장 이혼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오미의 어머니가 그랬듯 가나코는 결심을 하지 못한다. 남편이 쉽게 이혼을 해 줄 것 같지도 않고 부모님을 생각하면 모든 게 두렵고 무섭다.

 일을 하면서도 나오미는 가나코 걱정뿐이다. 어떻게 하면 가나코를 남편으로부터 구할 수 있을까. 방법은 남편을 죽이는 것. 나오미와 가나코는 술에 취한 남편을 죽이고 암매장하기로 결심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다. 나오미와 가나코는 치밀하게 준비한다. 미리 땅을 파고 시체를 담을 가방을 준비하고 남편과 닮은 중국인을 매수해 고객의 돈을 인출해 중국으로 떠나게 만든다. 모든 게 완벽했다. 나오미와 가나코의 행동은 범죄가 아니었다.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존재를 심판하는 것에 불과했다. 연습한 대로 일을 처리하고 둘은 자신의 일상을 이어간다.

 새로운 삶이 시작되고 진짜 행복이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축배가 빨랐던 탓일까. 남편의 여동생 요코는 집요하게 파고든다. CCTV를 분석하고 가나코를 미행한다. 나오미와 가나코에게 두려운 건 경찰이 아니라 요코였다. 가장 중요하게 대비해야 했던 알리바이와 CCTV를 허술하게 그렸다는 게 아쉽다. 어쩌면 이것이 오쿠다 히데오의 장치였을는지도 모른다. 친구와 함께 남편을 죽인다는 파격적인 설정보다 요코와의 추격전에 더 몰입했으니 말이다.

 흡입력이 강한 소설이다. 영화 <델마와 루이스>가 떠오른다. 살인이라는 범죄를 저질렀지만 두 여자의 인생 최대 일탈이 행복과 맞닿기를 바란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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