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물리학 변화 이끄는 `정보`의 실체
[칼럼] 물리학 변화 이끄는 `정보`의 실체
  • 북데일리
  • 승인 2007.04.09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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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1세기 전만 해도 컴퓨터와 인터넷이 지금처럼 세계적으로 보급되었을 거라고 예측이나 했었을까? 과학의 눈부신 발전을 정보화 사회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정보는 우리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추상적인 개념인가, 아니면 에너지, 원자와 같은 물리적 실체인가.

이러한 의문에 대해 물리학자 한스 크리스천 폰 베이어는 자신의 저서 <과학의 새로운 언어, 정보>(승산. 2007)를 통해 19세기의 에너지, 20세기의 원자에 이어 21세기에 물리학의 변화를 이끌 새로운 개념으로 정보를 제안하고 있다. 저자가 눈에 보이지 않는 정보가 물리적 개념으로 실재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원은 단서를 제공한다. ‘information(정보)’, ‘deformation(변형)’, ‘conformation(구조)’, ‘transformation(변환)’ 등의 단어에는 모두 ‘formation`이 들어 있고, 이것은 ’form(형상)‘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므로 정보information는 형상이 없는 존재에 형상을 주입infusion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의 정보의 정의는 철학적 성찰을 바탕으로 성립되고 있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이론의 바탕으로 삼는다. 플라톤은 세계속의 모든 대상이 추상적이고 완벽한 이상세계의 불완전한 복사본이라고 생각했고, 모든 대상에 주어진 개념은 이상세계에서 부여된 것이라고 보았다.

저자가 정보의 정의를 플라톤의 이데아론에서 가져온 것은 물리학에서 아직까지 정보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보를 이데아론으로 설명하면 물리적 실체가 아닌 정신적 관념으로 고정되어 버린다. 그래서 저자는 정보이론의 창시자 섀넌의 비트세기 라는 개념을 가지고 온다. 비트는 컴퓨터에서 정보를 처리하는 기본단위로 쓰이고 있다.

컴퓨터가 비트를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10진수가 아닌 2진수로 표현하는 것은 정보의 효율성 때문이고 이것은 앞으로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섀넌의 정보 측정방법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그것은 정보가 가지고 있는 의미에 대한 것인데 섀넌은 여기에 대해 아무런 말을 하고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똑같은 분량의 2권의 책이 있는데, 한권은 글자가 가득 적혀있어서 정보를 제공하고 또 다른 한권은 아무것도 없는 백지라고 할 때 2권의 정보의 양은 결코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슈뢰딩거의 주장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유전자는 작고 안정적이며, 그 안정성은 고전역학이 지배하는 작은 원자들의 계에서는 보장될 수 없다. 분자도 작고 안정적이다. 그러므로 유전정보는 분자 속에 코드화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분자의 안정성에 대한 완벽한 설명은 양자역학에 의해 주어진다. 양자역학에 따라서 갑작스러운 도약처럼 일어나는 분자 구조의 변화는 돌연변이에서 관찰되는 갑작스러운 도약과 같은 유전적인 변화에 완벽하게 대응한다.”

저자는 20세기 과학의 놀라운 성과로, 멘델의 유전이론으로 시작된 분자생물학과 플랑크에 의해 시작된 양자역학을 지적한다. 여기서 슈뢰딩거는 물리학자의 입장에서 생물학의 기본요소인 유전정보의 실체에 대한 예언적인 진술을 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진술을 통해 양자역학과 분자생물학이 분자적 규모에서 공통된 기반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있다.

우리의 몸을 설계하는 게놈은 A, T, G, C 라는 4가지 기본요소로 이루어져 있고, 이것은 컴퓨터의 기본요소인 비트와 똑같은 방식으로 암호화된 정보를 전달한다고 설명한다. 양자역학 역시 기본요소인 전자, 양성자, 중성자의 움직임을 정보이론 입장에서 설명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컴퓨터의 비트 에서 한 단계 진보한 큐비트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비트는 0 과 1, 2가지 정보를 하나씩 처리하지만, 큐비트는 0 과 1, 2가지 정보를 한꺼번에 처리하며 이것은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가 지금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빨라진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애초부터 양자역학은 심상치 않은 이중인격을 가지고 있었다...... 양자역학은 내면적으로 신경과민과 신경쇠약을 앓는 듯했고, 소수의 이론가들과 수학자들과 철학자들은 양자역학의 사망을 염려하지는 않는다 할지라도 건강을 염려하며 근심스러운 눈길로 양자역학을 바라보았다. 양자역학의 마지막 자식인 양자 계산학은 그와 동일한 장애를 물려받았다.“

저자의 이러한 진술은 양자역학의 개념이 확립된 이후 75년간 얼마나 물리학자들을 괴롭혀 왔는지를 여실히 알게 해준다. 어떤 계의 입자의 위치를 인간 또는 기계에 의해 관측이 일어나기 전에 알 수 없고, 파동함수에 의해 확률로만 가능하다는 것이 자연의 본성이라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저자는 관측이 일어나기 전 입자의 상태를 블랙박스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입력과 출력은 있지만 내부 상태는 비밀이어서 메커니즘을 알 수 없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저자는 블랙박스의 내부를 알아내기 보다는 중첩이라는 입자의 고유한 속성에 집중하자고 제안한다. 양자역학은 더 이상 수학 수식으로 표현되는 관념의 영역이 아니며, 큐비트로 움직이는 양자 컴퓨터의 실용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론물리학자 도이치에 의해 제안된 거대 병렬과 쇼어가 개발한 소인수분해 알고리즘은 양자 컴퓨터가 이제는 학문적 연구에서 벗어나 은행가들과 국가기관의 비밀요원, 재정 담당자들에게 미래를 변화시킬 매력적인 기술로 인식됐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이론물리학자들의 이러한 장밋빛 전망에 대해 저자는 신중한 자세로 접근하고 있다. 양자컴퓨터가 실용화 될 가능성은 높지만, 그것의 적용분야는 소인수분해 알고리즘에 의한 암호해독, 양자의 중첩을 이용한 자기공명장치(MRI)의 비약적인 정밀도 개선에 제한적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저자는 큐비트로 작동하는 양자 컴퓨터의 세계에 대한 모형을 만드는 엄청난 능력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나노미터 크기의 양자계에 대한 양자 컴퓨터의 계산이 사실은 그보다 더 작은 펨토미터 크기의 양자계에 대한 시물레이션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물리학은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까? 사실 이것은 물리학이 아닌 철학에서 답해야 할 문제인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비트와 큐비트라는 작동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현재의 컴퓨터와 양자 컴퓨터는 차이가 없다고 본다. 워드프로그램으로 키보드를 사용해 글을 쓴다고 할 때, 이것은 현실을 그대로 재현한 것인가, 아니면 0 과 1 이라는 비트로 표현되는 현실에 대한 모형인가. 모니터로 보이는 글자는 우리의 눈으로 식별할 수 있으므로 현실에 존재한다고 봐야한다.

그렇지만 우리 감각계에 의해 인식되는 글자는 컴퓨터의 0 과 1 이라는 비트를 소프트웨어로 번역한 픽셀의 조합이기도 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양자 컴퓨터가 자연을 시뮬레이션 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저자의 주장은 현재로써는 검증할 수가 없다고 본다.

정보는 현대과학에서 흥미로운 개념이다. 저자는 플라톤에서 정보이론의 창시자 섀넌에 이르기까지 핵심개념의 변화를 고찰하고 있다. 열역학, 유전학, 양자역학의 근본 개념으로 정보를 제시하고 있고, 우리 정신에 존재하는 관념의 대상이 아니라 실재의 뿌리로써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며, 정보는 양자역학에게 제대로 된 철학적인 토대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리고 양자 계산의 실용화를 위해 새로운 정보이론의 개발을 역설한다.

자자에 의하면 섀넌의 정보이론은 비트에 의해 구성되어 있는데, 큐비트로 움직이는 양자 계산을 위해서는 섀넌 공식의 수정이 필요하며, 정보 측정방법의 확립을 새로운 정보이론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칼럼니스트 이용준]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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