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가 풀어낸 새로운 개미이야기 '7년 동안의 잠'
박완서가 풀어낸 새로운 개미이야기 '7년 동안의 잠'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5.06.11 1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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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동안의 잠>

[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 '개미' 하면 떠오르는 게 늘상 열심히 일하는 캐릭터다. 게다가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개미사회에 대한 호기심은 다양한 이야기를 생산되었다. 

언뜻 '개미와 베짱이'를 떠올리는 '7년동안의 잠' 은 박완서 작가가 '개미와 매미' 이야기로 동화를 풀어냈다.  

거대한 콘크리트 도시로 변한 땅 위. 세상은 개미들이 알던 예전의 들판이 아니다. 몇 해째 이어진 흉년탓에 광은 텅텅 비었다. 멀리까지 먹이를 찾아 나섰던 개미들은 저녁이면 지칠 대로 지쳐서 빈손으로 돌아오기 일쑤다. 그러던 중, 어린 일개미가 아주 크고 싱싱한 먹이를 발견하면서 새로운 고민이 시작된다.

이대로 흉년이 계속되다가는 대대로 내려오면서 수많은 개미의 피땀 어린 수고로 이룩하고, 늘리고, 가꾸고, 사랑해 온 마을을 버리고 옮겨야 할 실정이다. 이런 때 큰 먹이 소식은 개미 마을을 삽시간에 술렁거리게 했다.

과연 어린 개미의 말대로 비어버린 광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큰 먹이었다. 싱싱한 것도 틀림이 없었는지 열심히 꿈틀거리고 있는 게 보였다. 큰 먹이었지만 개미들은 두렵지 않았다. 작지만 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먹이는 금세 새까만 개미 덩어리로 변했다. 그때였다.

“잠깐만, 잠깐만 물러가 있거라.”

늙은 개미가 외쳤다. 젊은 개미들이 존경하는 그는 젊은이들에게 없는 의젓함과 지혜가 있었다. 늙은 개미는 먹이를 한 바퀴 둘러보고 이것이 매미라고 말했다. 이어 젊은 개미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조용히들 들어라. 이건 틀림없는 매미란다. 매미는 한여름을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노래 부르기 위해 몇 년이나 어두운 땅속에서 날개와 목청을 다듬는단다. 보아하니, 이 매미는 5년도 넘게 참고 기다렸겠는데? 내 짐작이 틀림없다면, 7년은 족히 됐을라. 한여름의 노래를 위해서 7년을….”

하지만 젊은 개미들은 매미의 사정을 봐줄 만큼 여유롭지 않았다. 여기저기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떤 개미는 이것이 매미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말했고, 어떤 개미는 그건 매미 사정이라며 어서 매미를 광으로 옮기자고 했다. 그러자 또 다른 개미는 한여름 매미의 노래를 들으며 힘든 노동 속에서도 여름의 아름다움을 알았다고 그 시절을 회상했다. 다시 술렁이기를 반복. 늙은 개미는 이 매미가 곧 땅 위로 나가야 할 시기라 전하며 콘크리트로 막혀버린 천장을 혼자서는 뚫을 수 없으니 도와주자고 제안한다. 개미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어린이 책<7년 동안의 잠>(작가정신.2015)은 박완서 작가의 동화에 그림을 더한 작품이다. 그녀의 글이 그렇듯, 동화는 담백하다. 어느새 개미들과 함께 매미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생명과도 같은 먹이를 포기할 것인가, 7년이라는 시간을 감내하며 노력한 매미를 도와줄 것인가. 글·그림책의 힘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행간에 녹아있는 생명의 소중함, 올바른 가치관은 따뜻하고 설득적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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