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의 기적 'SNS로 만난 쌍둥이'
25년 만의 기적 'SNS로 만난 쌍둥이'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5.06.11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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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기적이어야 했을까,『Another Me』

[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 관람차를 배경으로 한 사진 속 두 여자의 다정한 포즈가 인상적이다. 이들이 25년 동안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살아왔던 '쌍동이 자매'란 사실에 또 한 번 놀란다.

『Another Me』(책담. 2015) 속 1987년 부산에서 한 날 한 시에 태어난 두 명의 아이는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파리와 뉴욕으로 입양되었다. 각자의 가정에서 사랑을 받으며 성장했지만, 피부색이 다른 이들 사이에서 때로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며 꿈을 향해 달렸다. 파리에 사는 아나이스는 경제적 어려움 없이 패션 디자이너로 성장했다. 뉴욕에 있는 사만다는 두 명의 오빠를 두었고 배우가 되었다. 25년 동안 그들의 삶에 자신과 똑같이 생긴 누군가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적은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시작됐다. 아나이스의 친구가 보내온 페이스북, 트위터의 사진에 자신과 꼭 닮은 여자가 있었다. 친구들의 말처럼 쌍둥이가 분명했다. 그러나 그녀와의 연락은 쉽지 않았다. 사만다도 마찬가지였다. 흥분과 두려움이 몰려왔지만 쌍둥이라는 기록은 어디에도 언급되지 않았다. 아나이스와 사만다는 서로의 과거 사진을 공유하고 일상을 나누며 유전자 검사를 통해 쌍둥이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처음으로 아나이스의 얼굴을 보니 무척 놀라웠다. 내가 저렇게 생겼을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아니었지만 마주 쳐다보고 있는 사람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나였다. 그 사람은 마치 내가 아는, 꿈 속에 나왔던 사람처럼 느껴졌다. 예를 들면 엄마처럼, 온 인생에서 내가 지켜봐온 어떤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녀는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사만다의 글, 200쪽)

 그저 닮은 정도가 아니라 나와 똑같은 얼굴을 한 사람을 마주한 순간의 떨림은 어떻게 상상할 수 있겠는가. 만남과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가족과 교류를 하면서 하나의 새로운 가족이 태어났다. 25년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둘은 같았지만 달랐다. 문화, 관습의 차이로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건 당연하다. 설명할 수 없는 미묘한 감정과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입양아로 겪었던 지난 삶아 어떤 슬픔의 시간을 공유하면서 서로에 대한 사랑은 커진다.

 소설이나 영화에서만 기적이 일어나는 게 아니었다. SNS가 아니었다면 둘은 영원히 서로를 모르고 살았을지도 모른다.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세상이 다른 기적을 불러올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어디선가 기적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원하는 누군가에게도 기적이 닿기를 바란다. 지극히 사적인 기록은 입양으로 헤어진 쌍둥이 자매의 만남 그 자체만으로 감동을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입양 제도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뿌리 찾기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특별한 책이다.

 ‘우리는 정말로 깊이 연결되어 있었다. 우리는 서로에게서 갈라져나올 수도 있었지만, 그런다고 해도 우리의 유대는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매일 샘과 함께 지내는 일상은 따분해지는 게 아니라 가능한 최선의 방식으로 점점 평범한 일이 되고 있었다. 우리는 함께 살고 있고 이제 우리의 삶이 서로 얽혀 있음을 인식했다. 우리는 점점 늙어갈 것이고 기억을 공유할 것이다. 우리는 이제 우리만의 이야기도 만들어나가고 있었다.’ (아나이스의 글, 226쪽)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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