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공포. '식당 숟가락 괜찮을까'
메르스 공포. '식당 숟가락 괜찮을까'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5.06.08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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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이력>을 읽다보니

[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나라가 들썩인다. 식당에서 숟가락을 들다 문득 스치는 생각. 밖에서 밥을 먹는 직장인들은 ‘누군가의 입’이 닿았을 이 물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사물의 이력>(지식너머. 2014)의 저자 김상규는 시인 김선우의 표현을 빌려 이렇게 사유한다.

“얼마나 많은 이들의 입술을 스쳐 지금 내 앞에 놓인 것일까?”

                                                  -김선우의 사물들 중에서

어느 국밥집에서 만난 숟가락을 향해 던진 물음이다. 물론 저자는 숟가락이 수많은 사람의 배고픔을 달래온 귀한 사물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한 사물에 대한 사유가 사람과 시기에 따라 이처럼 다르다.

책은 이처럼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사물에 대한 사유를 담은 책이다. 책에 따르면 숟가락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여러 의미가 있다 ‘어느 집 수저가 몇 벌인지 안다’는 말처럼 수저 한 벌은 한 사람을 의미하기도 하며, 또한 이런 표현은 그 집 식구가 몇이나 되는지 알 만큼 친분이 있다는 뜻을 내포한다. 숟가락으로 맺어지는 관계라 생각하니 구수한 느낌도 든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사물에 대한 사유도 있다. 바로 백열전구. 저자는 백열전구의 비효율성을 이유로 생산을 중단시켜버렸다. 빛 공간의 경험이 없어졌다며 누군가는 아쉬워한다. 전구가 뿜어내는 은은한 빛에서 느꼈던 입체감. 즉 빛의 ‘깊이’와 ‘두께’로 표현되는 빛의 공간이 사라졌다는 것. 특히 문제가 많더라도 자연적으로 도태되도록 두면 될 것을 굳이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신기술 산업에 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오래된 기술과 사용 경험을 무자비하게 없애는 꼴이라 토로했다.

그런가 하면 물리적인 형식을 버리고 비물질적 존재로 변환하는 사물도 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디스켓은 아이콘의 형태로 거의 모든 프로그램에 존재한다. 디스켓 이미지가 ‘저장’을 의미한다는 사실. 특정한 이미지와 사실이 연결되어 변환된 경우다.

책은 평범한 생활용품에 작가의 사유를 더 해 사물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를 엮었다. 매일같이 보는 물건들에 얽힌 소박한 이야기와 작가의 관점은 생각의 확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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