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엄마’ 김소희씨 "공교육 살리려면 교과서 더 많이 투자"
‘강남엄마’ 김소희씨 "공교육 살리려면 교과서 더 많이 투자"
  • 북데일리
  • 승인 2007.03.3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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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꿇지 않아요. 저는 서 있는 채로 내려다보고 아이들 역시 서 있는 채로 눈을 들어서 맞추죠. 저도 양보하고 아이들도 양보하면서 조정합니다.”

[북데일리] 최근 엄마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강남엄마’의 저자 김소희(42)씨. 강남에 거주하는 엄마들에 대한 편견을 깨보고 싶어 책을 냈다는 저자의 목표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듯 했다. 김씨는 책에서 강남엄마만의 선택된(?) 교육방법이 아닌 보통엄마의 교육 노하우를 충분히 녹여냈다는 평을 받고 있기 때문. 지난 27일 출판사 ‘상상하우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김씨는 자녀를 관찰하고 이해하고 동기를 부여했던 과정을 조리 있게 설명했다.

“눈높이 교육은 서로 양보해야”

저자가 책을 낸 이유는 단지 강남에 대한 ‘편견깨기’만이 아니었다. 인정받는 직장여성에서 자녀교육을 위해 과감히 직장을 그만뒀던 김씨는 그 과정에서 터득했던 노하우를 다른 엄마들과 함께 공유하고픈 마음이 있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들어와 보니 아는 게 없었어요. 아이들이 어떤 교육을 받고 있는지 암담했죠. 책이나 여러 가지 자료를 살펴보고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노하우가 생기더라고요. 그 정보들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어요.”

직장 다니는 틈틈이 자녀들에게 관심을 쏟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전업주부로서의 삶은 도전이었다. 내성적인 아이들은 외향적인 엄마와 달라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머뭇거렸다. 답답한 마음에 체벌도 했다. 그 과정에서 김씨가 깨달은 바가 있었다. 아이들을 독립된 인격체로 대우하되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는 것. 여기에 김씨 특유의 교육철학이 반영됐다. 아이들을 위해 자세를 낮추기보다 부모와 서로 마주본 채로 눈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저는 애들에게 무릎을 꿇어 너희들의 눈높이에 맞추지 않겠다고 했어요. 부모는 서서 내려다보고 아이들 역시 선 채로 눈을 올려서 맞추죠. 저도 양보하고 아이들도 양보하면서 조정합니다.”

“아이를 교육시키며 내가 성장했다”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는 과정에서 엄마는 ‘인내’라는 성장을 경험했다. 내성적인 아이들이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깊다는 걸 알았고, 자라는 과정에서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고 느꼈다. 김씨는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는데 교육을 하면서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며 “나도 성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눈높이를 맞추자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결정권을 주도록 결심했다. 아이들이 스스로 교육목표를 정하고 달성하기 위한 대안까지 마련하도록 했던 것. 엄마와 아빠 역시 대안을 냈지만 선택은 아이들의 몫이었다. 물론 그 역시 쉽지 않았다.

“어떤 때는 속이 숯검정이었어요.(웃음) 하지만 참기로 했죠. 열에 아홉은 우리가 내는 대안보다 자신이 낸 대안을 선택해요. 그러다보면 경험이 없는 아이들이라 실패할 확률이 높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실패율은 줄어들 거라고 믿었죠. 실제로 변화가 보여요. 부모의 대안과 달리 스스로 낸 대안은 끝까지 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태도를 보이죠. 아직까지 완전하지 않지만 변화를 봤기 때문에 믿음이 생겼어요. 특목고는 못 갈 수 있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이전과는 또 다르리라 생각해요.”

“공교육이 살아야 한다”

김씨의 가장 큰 강점은 꾸준한 관찰과 치밀한 분석이다. 이러한 점은 학교 교육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 저자가 책을 통해 특히 강조했던 부분은 교과서였다. 놀랍게도 그의 책에는 7차교육과정에 대한 항목이 구체적으로 소개돼 있다. 자녀들의 교육에도 이를 치밀하게 적용시켰다. 많은 관찰과 노력 끝에 얻은 ‘수확’이었다.

“선생님이 교과서를 보라고 하시더군요.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를 보니 그림이 전부였는데 왜 그런지 이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교육청 사이트 등에 올라 있는 관련 논물들을 보면 교과과정이 초등학교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고등학교까지 심화 연결돼 있었어요. 그 전체적인 흐름을 보니 교과과정이 이해됐어요. 많은 부모님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들이죠.”

물론 김씨 역시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고 있다. 하지만 중심은 공교육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녀는 “공교육이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점을 좀 더 부각시키지 못한 게 책의 가장 큰 아쉬움이라고 했다. 만일 다음에도 책을 낸다면 교과서를 중심으로 그 점을 더 강조하고 싶단다.

“교과서를 많이 개선해야 한다고 봐요. 선생님들이 훌륭히 가르쳐주시지만 학교 수업을 완전히 이해하는 아이들은 아직 소수에 불과해요. 교과서가 어렵다기 보다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가 돼 있어야죠. 영국이나 미국 교과서를 보면 과목별로 상당히 두꺼워요. 교과서에 상당한 투자가 이뤄지죠."

그녀가 말하는 정리란 상세한 해설과 설명이 뒷받침된 일종의 참고서형 교과서다. 부모의 학력이나 재력과 관계없이 아이들이 혼자서도 충분히 이해하고 재미있게 느낄 수 있는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교육은 그 이후의 과정이라는 게 김씨의 주장이었다.

저자는 직장을 그만둔 후 가진 `엄마`를 ‘제 2의 직업’이라고 했다. 엄마로서의 본분을 다하는 지금도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할 수 있는 ‘제 3의 직업’을 찾고 있다.

“아이들을 공부시키면서 영어공부를 10년이상 꾸준히 해왔고 영어교육 자료를 모으고 연구 중입니다. 한계는 있을 수 있지만 가르쳐 본 사람의 경험을 살려서 영어교육에 관련된 일을 해볼 생각입니다.”

김씨는 “책에 ‘아이를 디자인한다’는 수식어가 붙긴 했지만 요즘 아이들이 어떤 아이들인데 엄마 마음대로 할 수 있냐”며 “나는 강남엄마의 여러 부류 중 한 명일 뿐”이라고 소개했다. 결국 저자가 말하는 ‘강남엄마’는 자녀를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자신의 꿈을 잃지 않은 `보통엄마`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진정근 기자 gagoram@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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