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속 휴대폰 앱으로 '고민' 지킴이 된 여고생
손바닥 속 휴대폰 앱으로 '고민' 지킴이 된 여고생
  • 김은성 기자
  • 승인 2015.05.14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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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에서 청소년 고민상담 지킴이 된 홀딩파이브 운영자 김성빈씨
▲ 청소년 고민상담 앱 홀딩파이브를 만든 김성빈씨.

[화이트페이퍼=김은성 기자] "같이 밥 먹을 친구가 없어 화장실에서 빵을 혼자 먹어요. 근데 빵에서 벌레가 나와 온 종일 굶었어요." 자기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청소년이 이런 글을 올렸다. 글을 올린 곳은 청소년 고민상담 어플리케이션(앱) 홀딩파이브.

딩동 딩동.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힘내세요!", "친구가 없으면 밥 먹을 때 가장 외롭죠." "빵에 벌레가 들어가지 않도록 포장을 잘해서 사물함에 보관하세요."... ... .

홀딩파이브 앱을 만든 김성빈(19·사진)씨는 이 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성빈씨는 "원인 모를 학교 폭력을 당할 때 저도 계속 굶었다"며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점심 시간이 가장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홀딩파이브는 요즘 뜬 청소년 상담 앱(응용프로그램)이다. 홀딩파이브는 '위기의 순간 5분만 안아주면 극단적 선택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학교 폭력 피해자가 손바닥 속 10대 상담소 앱을 만들어 화제다. 어쩔 수 없이 혼자가 된 사람이 있다. 세상은 이들을 ‘왕따’라고 부른다. 성빈씨는 고1때 왕따를 당했다. 갑자기 가위가 날아들어 눈을 찔릴뻔 하기도 했다. 한밤중 자신도 모르게 잠에서 깨 창문 곁을 서성였다. 성빈씨는 "내가 죽지 않으면 왕따가 끝날 것 같지 않았다"며 "자살은 마지막 희망이었다"고 했다.

당시 성빈씨가 간절히 원했던 건 이야기를 들어줄 공간이었다. 그렇게 앱 홀딩파이브가 출발했다. 고3 대학입시를 앞두고 공부 대신 앱 개발에 몰두했다. 아버지 소개로 알게 된 앱 제작사의 재능기부로 지난해 8월 홀딩파이브의 문을 열었다. 작은 기적의 시작이었다. 다음엔 청소년 멘토가 생겼다. 가수 김태우씨와 강지원 청소년 변호사, 성우 서혜정씨 등에게 무작정 메일을 보내 도움을 요청한 결과다.

작은 기적이 이어지는 희망의 공간 홀딩파이브

현재 홀딩파이브의 회원수는 7254명. 하루 100여개의 글이 올라온다. 학교폭력부터 이성문제, 가정 내 불화 등 고민도 다양하다. 회원의 나이도 초등학생부터 50대 부모님 세대까지 넓어지고 있다. 홀딩파이브 앱은 안드로이드 폰에서만 다운받을 수 있다.

포털에서 홀딩파이브를 검색하면 김성빈이라는 이름 대신 '왕따 여고생'이 뜬다. "처음엔 앱을 알리면서 잊었던 아픔이 다시 떠올라 괴로웠어요. 숨겨야하는 얘기는 아니지만 자랑거리도 아니잖아요. 고민 끝에 단 한 사람이라도 제 경험을 통해 숨구멍을 찾게 되기를 바라며 말하기로 결심했죠.” 성빈씨는 “상처 치유를 위해 앱을 만들면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찾아온 것 같다”며 웃었다.

최근엔 이런 경험을 담은 책 <홀딩파이브 도와줘!>도 펴냈다. 성빈씨는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상처를 극복하는 법을 담은 지침서"라며 "비슷한 위기에 처한 10대들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3월 서울여대 기독교학과에 입학했다. 경북 구미에서 살다가 대학 진학을 계기로 서울에 처음 왔다. 복잡한 서울과 대학수업이 신기하고 볼 살 빼는 방법이 궁금한 새내기다.

성빈씨의 관심은 대학생들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자연스레 그의 고민은 다양한 이들이 홀딩파이브를 찾게 만드는 방법으로 이어지고 있다. “홀딩파이브가 진화해 10대를 넘어 다양한 사람들이 삶의 문제를 털어놓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국민 상담소가 될 수 있도록 성장시키고 싶어요.”

성빈씨는 홀딩파이브를 지속가능한 앱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또 다른 도전을 준비 중이다. iOS(애플 운영체제) 폰에서도 다운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앱을 업그레이드 중이다. 재능기부로 운영되는 앱의 수익모델도 찾고 있다. 홀딩파이브가 알려지면서 모 기업에서 후원을 제안해 받아들일지 말지 고민중이다. 작은 기적이 또다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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